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의 주가부양 부담이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이 3분기보고서에서 외부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 판정을 받으면서 대우건설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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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왼쪽) KDB산업은행 회장과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 |
22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내년 초 대우건설 매각공고를 내고 매각작업에 들어간다. 산업은행은 상반기 안에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당초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일정을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산업은행은 지금이 대우건설 매각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일정을 수정한다거나 하는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내년 10월 사모펀드가 만기되기 전에 매각을 마친다는 원칙을 세웠고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대우건설이 의견거절 판정을 받으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지만 연간 사업보고서에서 다시 적정의견을 받으면 내년 매각되기 전까지 주가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 들고 있다가 더욱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 매각하기에 적정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2010년 사모펀드를 통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대우건설 지분 37.5%를 주당 1만5천 원에 사들인 뒤 유상증자를 통해 13.25%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다. 지분매입과 유상증자 등에 투입된 자금은 모두 3조2천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의 가치는 22일 종가 기준으로 1조 원대에 그친다. 대우건설 주가가 지금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경우 2조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박창민 사장의 부담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 1월 매각공고가 날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에 주가를 끌어올릴 만한 마땅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우건설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고 수주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우건설 주가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대우건설은 분식회계로 지난해 9월 과징금 20억 원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데 이어 또다시 회계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서 시장에서 차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안진회계법인이 의견거절의 사유로 든 것처럼 대우건설의 공사수익, 미청구공사채권과 충당금 적립 등 전반적인 회계처리의 신뢰도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사장이 매각시점에 맞춰 보여주기식 단기성과에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대우건설 안팎에서 나온다.
이미 대우건설 내부에서 해외사업부문을 축소하는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란 소문이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해외사업 역량을 강화했는데 1년 만에 이를 뒤집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10월 이사회를 통해 내년 상반기 안에 대우건설 매각공고를 내고 매각작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은행은 당시 매각과정에서 장부가와 관계없이 시장가를 기준으로 협상하겠다는 방침도 세워뒀다.
산업은행은 손실을 보더라도 비금융 자회사를 조기에 매각하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대우건설의 경우 국내주택부문과 해외부문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산업은행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