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이 엘시티사업의 시공을 맡은 배경을 놓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시행사의 부실에도 불구하고 책임준공 조건까지 떠안으며 시공을 맡았다.
엘시티사업 비리의 주역 이영복 회장과 최순실씨가 연결돼 있는 점을 들어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포스코건설 의사결정에 입김을 넣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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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복 청운건설 회장(왼쪽), 최순실씨. |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엘시티사업의 시공을 맡은 데 대해 여러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곤혹스런 처지에 몰리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엘시티사업의 시공사 참여 제안서를 받은 뒤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의혹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엘시티사업은 2015년 2월경에 이미 시행사로부터 시공사 참여에 대한 제안서가 와 2달 동안 검토한 끝에 사업을 따낸 것”이라며 “당시 우리뿐 아니라 대림산업과 롯데건설 등도 제안서를 받았는데 포스코건설이 경쟁을 통해 시공권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림산업과 롯데건설은 이런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엘시티 시행사로부터 2015년 이전 시공사 참여 제안을 구두로 받은 적이 있으나 책임준공을 조건으로 제시해 즉시 거절했다”며 “또 2014년 무렵에도 중국 시공사로부터 시공제안을 받기는 했으나 중국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사업성을 검토해보지도 못하고 중단됐다”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시공사 참여 제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책임준공 등의 조건이 포함돼 있어 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엘시티사업은 해운대 해수욕장 바로 앞 6만5934㎡부지에 101층짜리 초고층 복합건물 등이 들어서는 사업으로 사업비만 2조7천억 원에 이른다.
애초 이 사업은 시행사가 공사를 담당할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한 탓에 장기간 표류했다.
대우건설은 이 사업의 최초 시공사로 선정됐으나 아파트를 지을 수 없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2013년에 시공권을 반납했다. 엘시티사업 시행사인 엘시티PFV는 이후 중국건축고분유한공사(CSCEC)를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금융권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내지 못하면서 2015년 4월에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하지만 포스코건설이 갑자기 시공사를 맡겠다고 나서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시행사 부도 등으로 시공사가 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하는 상황에도 공사를 책임지고 완료하는 방식인 ‘책임준공’ 조건까지 떠안으며 사업에 참여했다.
시행사인 엘시티PFV가 2008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8년 동안 매년 영업손실 100억 원 안팎을 냈던 부실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포스코건설이 책임준공 조건에 선뜻 합의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 포스코건설이 2달 동안 엘시티의 사업성을 검토했다는 해명을 놓고도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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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엘시티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업의 수익성을 판단하기에 2달이라는 시간은 매우 부족하다”며 “3조 규모의 사업을 검토하려면 기본적인 설계도 진행해야 하고 내부적으로 사내 품의서도 받아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2달은 터무니없이 짧다”고 말했다.
이런 점들을 놓고 볼 때 포스코건설이 시공사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뜻이 반영되지않았느냐는 말도 나온다.
권 회장은 현재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 측의 청탁을 받아 포스코건설에 엘시티사업에 참여하라고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순실씨는 엘시티사업 시행사 대표인 이영복 회장과 함께 매달 1천만 원이 넘는 친목계를 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장은 시공사 선정을 하지 못해 군인공제회에서 빌린 부지 매입비용조차 갚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씨를 이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현재 이 회장과 최씨가 엘시티사업과 관련해 청탁 및 로비를 벌였는지 수사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과거에도 비리사건에 여러번 연루됐던 점도 이런 의혹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포스코건설은 이명박정부에서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사업과 관련한 특혜의혹을 받기도 했으며 송도신도시 개발과정에서도 특혜시비가 일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