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망중립성에 반대하고 있는데 한국의 망중립성 정책이 미국 영향을 적잖이 받아왔기 때문이다.
망중립성 완화로 인터넷속도 차별이 허용되면 이통사들은 이득을 보게 된다. 차세대 먹거리인 5G사업에도 망중립성은 의미가 크다.
◆ ‘인터넷 급행회선’ 가능성 높아져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1일 “트럼프의 당선으로 공화당 정권이 탄생하면서 망중립성 이슈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며 “망중립성 완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통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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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장동현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
김 연구원은 “망중립성 완화로 인터넷 급행회선(Fast Lane)이 허용되면 통신사가 콘텐츠사업자에게 별도의 대가를 받고 특정 콘텐츠의 전송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져 수익성에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망중립성이란 통신사업자가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기업이나 이용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특정 콘텐츠를 이용할 때 데이터 이용료를 받지 않는 제로레이팅 찬성을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망중립성에 반대하고 있다. 공화당 역시 인터넷 급행회선에 줄곧 찬성해 왔다.
오바마정부가 8년 동안 추진해온 망중립성 강화정책이 동력을 잃게 되면서 한국에도 여파가 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통신정책은 세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의 망중립성 논의에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오픈인터넷규칙(Open Internet Order)은 큰 역할을 해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 유지를 위해 규정한 ‘망중립성 및 망 관리 가이드라인’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기본틀로 사용했던 오픈인터넷규칙을 거의 그대로 담고 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 4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를 방문해 방송통신 정책에 대한 두 나라의 정책협력 채널을 가동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중립성을 법제화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하면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 규정을 강화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김희수 KT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한국의 통신정책이 그동안 미국 망중립성 정책을 참고해왔던 만큼 이번 선거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통사들, 망중립성에 왜 촉각 세우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들은 망중립성에 반발한다. 동영상 콘텐츠의 소비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통신사들의 망투자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망중립성은 트래픽을 많이 소비하는 소비자들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과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키는 콘텐츠회사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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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
네이버와 카카오, 넷플릭스 등 대형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츠사업자들은 물론 망중립성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회사 시스코에 따르면 2015년 미국 모바일 트래픽에서 동영상 비중은 55%였고 2020년까지 7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 역시 2016년 3월 모바일 트래픽에서 동영상 트래픽 비중이 57.6%로 파악됐다.
이통사 입장에서 콘텐츠회사에 추가 비용부담을 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최근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망 과부하에 대한 책임이 고스란히 이통사에게 돌아와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이통사들이 망중립성 완화를 반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차세대 성장동력인 5G사업의 서비스방식으로 네트워크 슬라이스(Network slice)망이 주목받고 있는데 망중립성과 충돌 가능성이 문제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스망은 물리적으로 하나의 네트워크지만 마치 다수의 네트워크처럼 동작하도록 하는 맞춤형 통신서비스다. 개별 서비스의 지연시간, 전력량, 다운로드 속도 등에 따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문병순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네트워크 슬라이스망처럼 통신사가 특정 서비스 회사에 맞춰 차별적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망중립성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