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진스 멤버 하니씨가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뉴진스 멤버 하니씨는 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뜻을 밝히며 하이브 내 괴롭힘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하니씨는 서툰 한국어 실력에도 불구하고 통역사 없이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며 해당 사건을 흐지부지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니씨는 9월11일 진행한 유튜브 생방송에서 하이브 타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의 매니저가 면전에서 '무시해'라고 말했다며 소속사 내 따돌림을 폭로했다.
논란이 커지자 환노위는 9월30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주영 어도어 대표 겸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를 '아이돌 따돌림과 직장 내 괴롭힘' 증인으로, 하니를 참고인으로 각각 채택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증인신문은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 현실을 다루기 위함이다”며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직장 및 괴롭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안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국회의 임무이다”고 말했다.
국정감사에서는 해당 사건이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부터 사실 확인과 멀티레이블 체제에 대한 지적 등이 오갔다.
안 위원장은 "대법원 판례와 국제노동기구협약은 고용의 형태가 아닌 일을 하는 모든 노동자가 노동자에 대해서 직장 내 폭력과 괴롭힘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더라도 직장 내에서 인권의 침해를 받거나 괴롭힘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니씨는 당시 사건에 대해 재차 설명하면서 "이같은 일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며 "국정감사에 나오지 않으면 조용히 넘어가고 묻힐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불출석 시 처벌받을 수 있는 증인과 달리 참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는데도 더 이상의 피해자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하니씨는 "‘무시해’라는 말을 듣고 CCTV 영상 조회를 요청했지만 회사에서는 문제 구간의 영상이 모두 삭제돼 열람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다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계속 말이 바뀌어 녹음까지 했다"고 말했다.
▲ 김주영 어도어 대표이사(오른쪽)가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왼쪽) 질의에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
김 대표의 주장은 달랐다. 김 대표는 “CCTV 확인 요청을 했고 해당 레이블의 아티스트와 매니저에게도 사실 확인을 했다”며 “할 수 있는 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하니씨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하니씨는 "데뷔 초반부터 회사 고위 관계자가 인사를 한번도 받지 않는 등 회사 내 차별 분위기를 느꼈지만 개인적인 느낌인 줄 알았다"며 "최근 직장인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서 하이브 직원들이 뉴진스를 욕하거나 뉴진스 성과를 까내리는 회사 PR팀 실장의 녹취록 등이 공개되면서 확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시종일관 “하니씨의 주장을 입증하는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며 "어도와의 사내이사로서 제가 취할 수 있는 제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들은 다 취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일하게 두 사람의 증언이 일치한 부분은 사건이 발생된 이후 중재하는 자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하니씨는 오해를 풀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지만 김 대표는 독립된 법인이니만큼 강제할 수 없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레이블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도 제기됐다.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대표에게 "하이브 최고인사책임자이면서 별도 레이블이어서 중재하는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냐”고 꼬집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대주주 간 싸움이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며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아티스트 뿐 아니라 해당 매니저조차도 회사 다툼에 끼인 피해자일 수 있기에 앞으로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하니씨는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에 관한 문제들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법이 세상의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서로 인간으로서 존중하면 직장 내 괴롭힘과 따돌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니씨는 감정이 북받히는 듯 눈시울을 붉혔지만 앞으로도 이같은 자리가 마련된다면 회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여러 위원들께서 지적하신 사항 잘 새겨듣고 실행해 나가겠다"며 "하니씨를 비롯해 아티스트 분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김유진 고용노부 노동정책실장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지방관서에 진정서가 접수된 상태다"며 "신고 내용과 사실관계를 확인 조사가 끝나면 국회에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