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10-08 16: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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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정유사들이 중동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하마스·헤즈볼라 등 무장정파 간 전쟁에 이어 이란까지 참전하면서 중동 화약고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의 정유시설 타격,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며 최근 국제유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 국내 정유업계가 중동 분쟁 확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부진했던 실적이 반등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모습. <연합뉴스>
유가 하락과 악화된 수급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유업계 실적 부진이 3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중동 분쟁 확산에 따라 국제유가가 치솟을 경우 4분기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통상 유가가 상승하면 재고평가이익이 커지고, 단기적으로 정제마진이 높아져 정유사들은 수익을 더 내게 된다.
8일 정유 업계와 증권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란-이스라엘 확전으로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7일(현지시각) 기준 국제유가를 보면 서부텍사스유(WTI) 배럴당 77.14달러, 두바이유 78.92달러, 브랜트유 80.93달러 등으로 최근 급등하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글로벌 원유 생산량의 4%를 차지하고 있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일지 주목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원유생산 시설을 타격하거나 이란이 국제원유 운송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국제유가가 앞으로 더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는 중국의 원유수입량 감소 등 수요감소 요인과 OPEC+의 감산 축소(증산), 미국·가이아나·브라질 등의 생산설비 확충 등 공급증가 요인 겹쳐 당초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동 분쟁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이같은 전망을 덮고 있는 것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란과 이스라엘의 생산 점유율이 러시아에 비해 낮고 OPEC의 감산 완화 등 영향으로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수준인 1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올해 4월 첫 번째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시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에 육박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올해 실적부진을 이어갔던 정유업계가 조심스럽게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3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겪을 전망이다. KB증권은 SK이노베이션 정유 사업이 3분기 영업손실 1634억 원, 에쓰오일 정유 사업은 영업손실 4333억 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사업 손익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 마진은 2024년 3분기 평균 3.6달러로, 2분기 3.5달러와 비슷했다. 하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5달러를 밑돌았다. 여기에 두바이유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전분기 대비 적자폭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 정유사들의 손익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 마진은 3분기 평균 배럴당 3.6달러로 여전히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밑돌고 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 세군도에 위치한 쉐브론 정제 공장 모습. <연합뉴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현 수준의 정제마진에선 정유사 대부분이 적자"라며 "이에 공장 가동률을 조금씩 하향하고 있으나, 수요 부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다. 글로벌 재고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고 말했다.
정유사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 경유, 윤활유 등의 석유제품으로 판매하는데, 제품가격은 국제유가와 연동돼 있다. 유가상승은 제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정제마진이 오른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효과는 일시적인 것이며, 결국 석유제품 수요 증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각 사마다 중동 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진다면 단기적으로 이득을 보겠지만, 중기적으론 소비심리에 타격을 받아 수요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