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코오롱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적자를 내던 필름사업은 떼고 신사업을 한데 모아 새로운 법인을 출범 시키는 한편 주력 제품의 판매망 확대를 위해 계열사 사업 흡수 합병을 추진하는 등 그룹의 미래 사업을 위해 전열을 재정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룹의 미래 신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읽히는데, 앞으로 성과를 바탕으로 경영권 승계 자격을 검증받을지 주목된다. <코오롱> |
24일 2차전지, 수소, 친환경 등 신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쌓을 수 있을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그룹 내 사업 인수합병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올해 초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적자를 내고 있던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필름사업은 떼어내기로 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PET필름 사업을 분할한 뒤 SK마이크로웍스와 올해 말 설립할 합작법인에 현물출자해 지분 18%를 확보키로 했다.
국내 필름업계 2, 3위 기업의 합병으로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증권업계는 PET필름사업의 현물출자로 줄어드는 순손실이 연간 300억~400억 원으로 추산했다.
필름사업을 놓아준
이규호 부회장이 낙점한 차세대 먹거리는 2차전지, 수소, 친환경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2년 리튬메탈 음극재 스타트업 니바코퍼레이션, 2023년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알디솔루션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현재 연간 폐배터리 2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그룹의 수소 사업 밸류체인 구축 계획에 따라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소재 ‘고분자전해질막(PEM)’과 막전극접합체(MEA)’, ‘수분제어장치’ 등 수소모빌리티 분야의 소재 사업도 확대한다.
자동차 시트 원단을 제조하는 코오롱글로텍의 자동차 소재·부품 사업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직접 흡수 합병한다. 회사는 주력 품목인 에어백과 인공피혁 ‘샤무드’의 판로를 각각 인도와 북미지역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사업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사업개편도 이뤄지고 있다.
코오롱은 항공과 방산 계열사 코오롱데크컴퍼지트, 코오롱글로텍의 경량화 부품·방탄소재·수소탱크 사업, 코오롱ENP의 차량용 배터리 경량화 소재 등 그룹 내에 흩어져 있던 복합소재 사업들을 한데 모아 지난 7월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시켰다.
코오롱그룹의 신사업 성과는 오너일가 경영권 승계와 직접 관련돼 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2018년 아들인
이규호 부회장의 지분 증여와 관련해 "능력이 있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며 경영능력을 시험할 것을 시사했다. 현재까지도
이웅열 회장이 코오롱 지분 49.74%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규호 부회장의 그룹 지분은 전혀 없다.
▲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2018년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이규호 부회장의 지분승계와 관련해 경영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이 2018년 11월28일 28일 코오롱원앤온리타워에서 퇴임을 발표한 뒤 임직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이 부회장은 1984년 생으로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패션부문) 최고운영책임자,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부사장,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 사장 등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올해 초 지주회사 코오롱의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이 부회장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이사를 사임(사내이사직은 유지)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선임돼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지주사 코오롱은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9496억 원, 영업이익 418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3.5%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54.0% 줄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
이웅열 회장은 아직 정정하다”며 "승계와 관련해선 전할 게 없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