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4-08-13 16: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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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왼쪽)는 최근 실적을 통해 더 자신감을 갖고 사업 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되지만 장경익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는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CJENM 미디어플랫폼 종속회사인 티빙과 스튜디오드래곤의 1년 만에 달라진 위상이 업계 주목을 끌고 있다.
실적 기여도가 높았던 스튜디오드래곤의 성장세가 올해 들어 크게 꺾인 반면, 물적분할 후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티빙은 영업손실을 크게 줄여 CJENM 흑자 전환에 기여하면서다.
13일 CJENM 2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CJENM은 2분기 주요 성과를 소개하는 첫 장에 티빙 매출증가율을 소개하면서 여러 주요 성과 가운데서도 티빙의 매출증가율을 가장 먼저 배치했다.
CJENM이 주요 성과에서 티빙의 매출증가율을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티빙 유료 가입자 수 목표와 증가율 등을 밝힌 것이 전부였다.
티빙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하긴 했지만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1분기와 2분기의 전년 동기 대비 적자 규모 감소율은 각각 91.3%, 75.6%다.
티빙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영업손실만 모두 3435억 원을 냈다. 더 이상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에서 버티기 힘든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었지만 상반기 성과가 공개되면서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주희 대표가 티빙의 지휘봉을 잡은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 대표 지휘 아래 티빙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 대표는 국내 OTT 가운데 처음으로 광고요금제를 도입하고 3년 동안 1450억 원을 투자해 KBO리그(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권을 따오는 등 공격적 운영을 하고 있다.
최 대표의 공격적 행보를 놓고 염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 대표는 티빙의 성과를 통해 본인의 방향성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해 나가고 있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야구 중계를 위해 1년에 450억 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티빙이 올해 안에 분기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최 대표가 드라이브를 건 광고요금제와 야구 중계를 통해 반등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티빙은 광고요금제와 KBO리그(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를 통해 영업손실을 빠르게 줄여가고 있다.
지난해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티빙 만이 아니다. 콘텐츠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만 티빙이 좋은 쪽으로 분위기를 반바꿔냈다면 스튜디오드래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며 좋지 않은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지난해에는 매출 7531억 원을 냈다.
올해 초만 해도 성장세를 봤을 때 올해 매출 8천억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상반기 성과는 부진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 성장세는 2개 분기 연속으로 후퇴했다.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이 올해 1분기에는 9.0%, 2분기에는 16.1% 줄었다. 영업이익은 각각 0.4%, 35.7% 감소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그동안 실적을 잘 내는 CJENM의 알짜 종속회사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콘텐츠 시장 상황이 전체적으로 어려워지면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
장경익 대표로서는 스튜디오드래곤 수장에 취임하자마자 실적 반등이라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하반기에 콘텐츠를 강화하고 제작비 구조를 효율화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국내 콘텐츠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실적 자료에서도 실적 감소에 대한 설명보다는 해외에서의 성과가 실적을 방어한 점에 대해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해외 시장에 방점을 찍겠다는 전략은 장 대표 선임의 이유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무빙’을 제작한 스튜디오앤뉴를 이끌었다. 무빙은 전 세계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수를 끌어올렸던 작품이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김제현 전 스튜디오드래곤 대표이사가 스튜디오드래곤을 잘 이끌어 온 부분은 인정하지만 이제는 변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예전처럼 여러 작품을 만들 수 없는 만큼 장 대표의 눈을 통해 해외에서 통할 만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