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서 중소규모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 축소와 시장 이탈이 이어지며 CATL과 BYD 등 최상위 기업의 입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CATL 독일 뮌헨 배터리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최상위 양강 기업 CATL과 BYD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와 배터리 수요 침체 및 공급 과잉으로 중소규모 업체가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는 반면 상위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은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 “중국 배터리 시장 재편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 위축으로 이미 다수의 기업이 투자를 취소하거나 경쟁에서 이탈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에서 1~7월 사이에 연기되거나 완전히 철회된 대규모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 프로젝트가 19건에 이른다는 조사기관 BMI의 분석을 근거로 들었다.
BMI는 배터리 수율 개선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포함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추세가 확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중국의 배터리 생산 능력은 지금보다 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출하량이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으나 이와 상반된 관측이 나온 셈이다.
다만 중국 최상위 제조사인 CATL과 BYD는 생산 투자를 계획대로 진행할 공산이 크다.
CATL과 BYD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 초기부터 내수시장 수요를 대거 선점하며 빠르게 성장해 왔다.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었고 기술 개발에도 많은 투자를 들였다.
이들 기업은 배터리 소재 공급망에도 직접 투자해 수직계열화 구조를 구축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였고 이에 따라 가격 하락에도 수익성을 어느 정도 방어할 능력을 갖춰냈다.
중국을 넘어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고객사에 배터리 공급사로 진입한 점도 다른 중국 제조사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중국 BYD '블레이드' 전기차 배터리 홍보용 이미지. |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기준으로 CATL은 1위, BYD는 2위에 이름을 올리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한국 경쟁사를 크게 제쳤다.
중국 정부도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배터리 업계를 재편하는 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산업부는 최근 배터리 산업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런 계획을 구체화했다.
에너지 밀도와 수명 등 정해진 성능 기준을 충족하는 배터리 제조사를 우대하는 정책으로 상위 기업의 경쟁력과 점유율을 더 높이고 정부 지원 여력도 집중하겠다는 목적이다.
글로벌 1, 2위 기업에 등극한 CATL과 BYD가 성장세를 이어가기 더 유리한 환경에 놓인다면 한국 배터리 3사는 앞으로 더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 거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보호무역 정책으로 중국산 배터리의 진입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에 긍정적 요소로 여겨진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유럽과 북미에 꾸준히 배터리 생산 투자를 진행하며 현지 고객사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냈기 때문이다.
컨설팅업체 우드맥켄지는 CATL이나 BYD와 같이 규모가 큰 중국 배터리 업체도 각국 규제 강화를 비롯한 지정학적 변수를 넘고 해외 진출을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성공 사례를 해외 시장에서 재현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 업체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고 배터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 온 만큼 다양한 국가에 적용할 수 있는 성장 전략을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CATL과 BYD가 장점으로 앞세우는 가격 경쟁력 요소가 중국의 지원을 바탕으로 더욱 강력해진다면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소규모 배터리 제조사들이 통합되거나 문을 닫는 사례가 늘어날수록 최상위 업체들은 몸집을 더욱 거대하게 키울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