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본사부지의 인수전이 이달 말 입찰공고를 앞두고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만 공식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혔지만 삼성그룹과 함께 굴지의 프랑스 건설사인 ‘브이그’도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
|
|
▲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 |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본사 부지 감정평가 용역회사로 대일감정원과 경일감정평가법인이 선정됐다. 지난달 25일 마감한 용역회사 입찰신청에 국내 대형 감정평가법인 14곳 모두가 참여했다.
한전부지의 경우 감정평가 용역비 규모만 4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평가 용역비가 1억 원을 넘기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대형 감정평가법인들이 한전부지 감정평가 입찰에 대거 뛰어들었다.
감정평가 용역비를 기준으로 추산할 경우 한전부지 매각가격은 3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부지의 공시지가는 1조4839억 원, 장부가액은 2조73억 원이었다.
한전부지 인수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곳은 현재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7일 한국전력이 본사부지를 일반 경쟁입찰을 통해 매각하기 결정하자마자 이 곳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설립계획을 공개하면서 인수의사를 분명히 했다.
삼성그룹도 한전부지 근처 한국감정원 부지를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고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일대를 복합상업시설로 개발하는 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어 조만간 공식적으로 인수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각각 182조4천억 원, 113조9천억 원의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어 한전부지 인수를 위한 현금도 충분한 상태다. 또 두 대기업이 한전부지를 일찌감치 점 찍어 놓은 탓에 관행상 다른 국내 대기업들이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그 정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곳은 두 곳 밖에 없다”며 “현대와 삼성이 찜해 놓은 탓에 다른 기업들이 자금을 마련했다 해도 쉽게 입찰참여 의사를 밝히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자본이 한전부지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있다. 애초 중국 녹지그룹과 미국 샌즈그룹이 한전부지에 눈독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녹지그룹은 인수 가능성을 일축했고 샌즈그룹은 한전부지가 아닌 잠실운동장부지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프랑스 건설사 브이그가 최근 한전부지 인수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전부지 인수전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그리고 브이그의 삼파전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브이그는 세계 8위 건설사로 지난해 매출은 37조 원이었다. 2009년까지만 해도 세계 3위였지만 급속도로 몸집을 불린 중국 건설사들에 밀려났다.
브이그는 서울시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어 한전부지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브이그는 2010년 서울시가 발주한 1조 원 규모의 동북선 경전철 민자투자사업 입찰에 현대엠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면서 서울시와 인연을 맺었다.
브이그가 한전부지 인수를 위해 서울시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한전부지를 인수하는 기업에 개발이익의 대가로 부지 일부를 기부채납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이번 인수전에서 서울시와 관계가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삼성 등 굴지의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한전부지 매각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어 서울시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브이그는 최근 국내 연기금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감정평가 결과를 반영한 예정가를 산정하고 이달 말쯤 입찰을 공고한다. 입찰에 개인과 법인, 공동입찰 등 자격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
|
|
▲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전경 <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