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현 기자 hsmyk@businesspost.co.kr2024-07-26 14:3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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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가 AP에서 퀄컴 의존을 낮추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퀄컴 모바일 프로세서(AP) 대신 미디어텍과 자체 AP 활용도를 더 높여 퀄컴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AP 공급처를 다각화해 추후 퀄컴과 가격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 스마트폰 원가 절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전자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새로운 갤럭시탭 시리즈에 퀄컴 대신 대만 미디어텍 모바일 AP를 채택하는 데 이어 내년 갤럭시S25 시리즈 중 일부 모델에도 미디어텍 차기 AP를 탑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IT 매체 WCCF테크는 "올해 10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갤럭시탭S10+와 갤럭시탭S10울트라에 미디어텍의 '디멘시티9300+' AP가 탑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플래그십 태블릿 제품으론 7년 만에 처음으로 퀄컴 이외의 AP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내년 초 출시할 삼성전자의 갤럭시S25의 일부 모델에도 차기 미디어텍 AP '디멘시티 9400'이 탑재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갤럭시S25 스마트폰이 퀄컴의 스냅드래곤8 4세대 칩과 삼성의 엑시노스2500 칩 뿐만 아니라 일부 모델에선 미디어텍의 디멘시티9400 칩을 사용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디멘시티9400은 스냅드래곤8 4세대와 비교해 성능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낫다는 샘플 테스트 결과도 나와 주목된다. IT 매체 나노리뷰는 엔지니어링 샘플로 추정되는 두 AP의 ‘안투투10’과 ‘기크벤치6’ 벤치마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스마트폰 원가 경쟁력을 위해 퀄컴 칩 의존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노 사장은 퀄컴 칩 대신 대만 미디어텍 AP를 적극 채택하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안투투 벤치마크에서는 디멘시티9400이 스냅드래곤8 4세대보다 정보처리장치(CPU) 점수에서 12% 앞서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점수는 7% 더 높았다. 기크 벤치마크 테스트에선 스냅드래곤8 4세대가 디멘시티9400을 단일 코어에선 1%, 멀티 코어에선 2%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노태문 사장은 그동안 스마트폰 제품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는 대신 원가를 최대한 절감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쳐왔는데, 갤럭시S25에서도 같은 전략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퀄컴 칩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부쩍 높아졌다.
실제 삼성전자는 2023년 스마트폰 평균 제조비용의 18%를 퀄컴 AP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2022년 12.8%에서 40% 증가한 수치다.
게다가 퀄컴 AP 가격은 더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궈밍치 연구원은 퀄컴의 새로운 AP인 ‘스냅드래곤8 4세대’ 가격이 이전 버전에 비해 최대 30%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냅드래곤8 3세대 가격이 개당 27만 원 정도로 추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4세대의 가격은 36만 원까지 오를 수 있는 셈이다.
▲ 삼성전자가 오는 10월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탭S10+와 갤럭시탭S10 울트라에 퀄컴 칩이 아닌 미디어텍의 최신 디멘시티9300+ 프로세서(AP)를 사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미디어텍의 디멘시티9300+ 칩 모습. <미디어텍>
반면 미디어텍의 최신 AP 디멘시티9300+는 퀄컴의 스냅드래곤8 3세대보다 10%가량 저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텍의 차기 AP 디멘시티9400도 퀄컴 스냅드래곤8 4세대에 비해 10% 이상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IT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은 최근 “삼성전자가 신형 갤럭시탭에 미디어텍 칩을 탑재하는 것은 이후 퀄컴과 AP 가격 협상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할 갤럭시S25 시리즈 가운데 울트라 등 상위 모델 등에 퀄컴 스냅드래곤8 4세대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갤럭시S25 일반 모델에는 미디어텍 AP와 삼성전자 자체 개발 엑시노스 칩을 탑재하며 퀄컴 칩 구매 비중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WCCF테크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가 퀄컴 의존도를 계속 높이면 기술 주도권을 잃을 것"이라며 "미디어텍은 삼성이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이상적 동맹"이라고 평가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