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가 2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1회 2050 한국 미래전략 포럼'에서 세계 천연가스 수출입 현황을 시각화한 지도를 배경으로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붉은색 원이 수입, 푸른색 원이 수출을 의미하는데 한국, 중국, 일본이 있는 동북아시아가 가장 크게 표시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천연가스 주요 소비국인데도 정작 산업계나 국민들은 메탄 감축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정수종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22일 서울 여의도 FKI 타워에서 ‘글로벌 메탄 정책과 데이터’를 주제로 열린 제1회 대한민국 2050 미래전략 포럼에서 "국제적으로 메탄과 관련해서 한국을 향한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전 세계 천연가스 소비량을 보면 한국, 중국, 일본이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현실인데도 우리나라 기업들의 메탄 감축 대응이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센터와 서울대학교 국가미래전략원과 함께 개최한 이날 행사에서 정 교수는 지난 몇 년 동안 환경대학원 연구팀을 이끌면서 수집해온 데이터를 공개하며 이런 문제 의식을 제기했다.
정 교수는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메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4%에 불과해 그리 큰 것도 아니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며 “그러나 온실가스 단 1%를 감축하기 위해 정부기관이나 산업계에서 기울이는 노력을 생각해봤을 때 이는 결코 작은 비중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21년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글로벌 메탄 감축 서약’에 동참하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이에 의거해 강도 높은 메탄 모니터링 및 감축 계획을 내놨고 이르면 앞으로 1~2년 내로 시행된다.
미국은 환경보호청(EPA)이 석유와 천연가스 채굴에 관한 메탄 감축 규정을 지난해 12월 수립했고 지난 5월부터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규정 내용에 따르면 메탄이 새어 나오는 것으로 보고된 사업자는 15~30일 이내로 의무적으로 시설 보수를 진행해야 한다. 여기에는 자체 측정 결과뿐만 아니라 제3자가 보고한 내용도 인정된다.
즉 인공위성이나 EPA 인증을 받은 전문 기관이 관측해 보고하면 사업자는 시설 보수를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유럽연합은 MRV(측정·보고·검증) 의무화에 더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과 연계해 국외 지역에서 공급된 천연가스 및 석유 공급 지역에도 규제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유럽집행위원회가 지난 5월 발효한 ‘신 메탄 규정’에 따른 것으로 규정치를 넘는 메탄 배출량이 관측된 사업자는 유럽연합에서 제재를 받게 된다.
규정치를 위반한 한국 사업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데 국내 기업들의 대응 수준은 매우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은 환경부와 함께 국내 최초로 위성과 항공기 등을 동원해 국내 석유화학단지 메탄 탈루 상황을 측정하는 캠페인 ‘카니퍼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메탄 관측 위성은 국내에서 운용 중인 것이 없어 미 항공우주국과 일본 우주국과 협력을 통해 위성 자료를 제공받았다.
위성과 항공기에서 관측한 자료를 대조한 결과 대체로 탈루 발생 의심 지역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교수는 “연구팀에서 직접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방문해 찍은 사진과 그 1년 뒤에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을 비교해봤을 때 거의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 1년 뒤에 재방문해서 찍었을 때도 위성사진하고 같은 모습이 발견됐기 때문에 사실상 메탄 탈루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이진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가장 오른쪽). <비즈니스포스트> |
이어 “이는 여수산업단지도 마찬가지였는데 여수 같은 경우에는 디테일하게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앞서 했던 것과 같은 면밀한 확인을 위해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 산업단지를 보면 메탄의 초고농도 배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어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연계해 대응할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탄 감축에 따른 사업적 편익도 크다는 설명도 나왔다.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배출계수가 측정된다. 메탄 탈루가 심각할수록 배출량이 높아질수밖에 없는데 메탄을 막는데 활용되는 에너지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메탄은 우리 생각보다 주위에서 많이 배출되고 있는데 줄일 수 있는 여지도 많다”며 “그냥 탈루되는 장비를 잠그면 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돈을 아끼는 일”이라고 말했다.
메탄 감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진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결국 문제는 메탄 감축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우리 공동체가 어떻게 나눠서 질 것이냐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국가가 또 보조금 또는 정책자금으로 지원해야 영역일 수도 있고 전력사업자가 탈진, 탈환 설비 비용을 전력시장에서 보존받아온 이력도 있어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것 이외에 다른 매커니즘이 동원돼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대기오염을 막을 수 있는 메탄 감축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 교수는 “EPA는 글로벌 메탄 서약을 대기오염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며 “메탄 농도가 증가하게 되면 인체에 유해한 오존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년 동안 서울 시내 오존 농도는 약 2배 증가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따르면 이같은 오존 증가세에는 메탄 배출량이 크게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 교수는 “일반적으로 산업단지가 없는 도시에서는 메탄 배출량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며 “하지만 실제 관측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울시 시내 측정 결과 구도심, 신도심 가리지 않고 메탄 농도가 정상 수준 이상으로 나타난 지역이 다수 발견됐다. 노후 주택, 도시가스 탈루, 하수구 등이 주요 배출원으로 파악됐다.
▲ 임철수 국립환경과학원 지구환경과장(가장 왼쪽). <비즈니스포스트> |
임철수 국립환경과학연구원 지구환경과장은 “정부에서는 메탄 배출원을 좀 더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보다 정확한 측정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 강화될 규제 관련해서는 환경부에서 대응하고 있는데 신속하게 사업장 및 기업들이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한국도 향후 몇 년 내로 메탄 관측 위성을 발사한다. 2027년에 1대, 2028년에 4대를 발사할 것으로 계획됐다.
김태훈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정책과 연구위원은 “앞서 정 교수가 위성이 양을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런 부분도 정부가 함께 고도화해나가는 방향에서 함께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정책들을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