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F가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 11곳에 최장 30년 동안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 '디스커버리'를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사진은 김창수 F&F그룹 회장. |
[비즈니스포스트] F&F가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 ‘디스커버리’를 아시아 국가 11곳에 최장 30년 동안 독점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하면서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김창수 F&F그룹 회장이 패션 라이선스 브랜드 ‘MLB’를 아시아 권역에서 성공시킨 경험을 갖춘 인물이라는 점은 이런 기대감을 떠욱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디스커버리가 아직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받지 못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회장이 어떤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를 좀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8일 증권가 의견을 종합하면 F&F가 패션 아웃도어 브랜드인 디스커버리를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 모두 11개 나라에서 독점으로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은 F&F의 기업가치 상승에 단기적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은 F&F가 MLB에 집중했던 해외 브랜드 사업을 디스커버리로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F&F의 해외 시장 브랜드 운영 능력은 이미 검증된 바 있기 때문에 시장 초기 진출에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도 “디스커버리도 해외 사업 전개가 가능해지면서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고 바라봤다.
F&F는 기존에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디스커버리 독점 라이선스 사업을 운영하던 사업회사로부터 영업권 및 자산 일체를 양수도하는 계약을 524억 원에 체결했다.
디스커버리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워너브라더스컨슈머프로덕트와는 25일 라이선스 계약을 별도로 체결한다.
F&F는 우선 2039년 말까지를 계약기간으로 잡았다. 추가 15년을 연장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2054년까지도 디스커버리 사업을 아시아 권역에서 독점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F&F 주가는 라이선스 독점 계약 체결과 관련한 공시가 난 17일 26%가량 급등했다. 그만큼 디스커버리 사업 확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다는 의미다.
김창수 F&F그룹 회장의 역량에 대한 평가도 F&F 기업가치 급등에 같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패션과 전혀 상관없는 브랜드인 MLB의 라이선스를 사서 유명한 패션 브랜드로 재창조하는데 성공한 인물이다. 김 회장과 F&F를 놓고 ‘패션 대기업을 물리친 패션공룡’ ‘패션계의 황금손’ 등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F&F는 중국 시장에서 브랜드 MLB로만 연 매출 1조 원을 내며 삼성물산과 한섬, LF 등 국내 대기업 패션 계열사들이 오르지 못한 전인미답의 영역을 일찌감치 밟았다.
이는 전적으로
김창수 회장의 과감한 결단 덕분이라는 것이 패션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MLB는 F&F가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 전만 해도 미국 야구장에서 기념품을 파는 브랜드에 불과했다. 패션과 접점이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 회장은 ‘9회말 2아웃’에서도 포기하기 않는 의지,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스포츠맨십 정신 등을 패션에 접목하면 스토리텔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봤다.
김 회장은 실제로 1997년 외환위기 때 이런 스토리텔링을 발판 삼아 MLB를 국내에서 크게 성공한 브랜드로 만들었다.
디스커버리 역시 마찬가지다.
디스커버리는 미국의 유명 아웃도어 다큐멘터리 채널이다. 김 회장이 패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국 디스커버리 본사를 찾았을 때 관계자들이 놀랐을 정도로 패션과 전혀 접점이 없는 브랜드다.
하지만 김 회장은 자연에서 일상의 도전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라는 이미지를 만든다면 디스커버리의 패션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베팅했고 그 결과는 적중했다.
앞으로 F&F가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과 홍콩, 마카오를 비롯해 여러 동남아시아 국가에 디스커버리 사업을 전개한다면 이런 효과가 극대화할 것이라는 데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F&F는 하반기에 중국 상하이에 디스커버리 첫 매장을 낸 뒤 연말까지 4~10개 점포를 추가로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F&F를 향한 높은 기대감을 갖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F&F가 이미 중국 MLB 사업을 두고 출점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는 점, 중국 경기의 침체로 중국 고객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디스커버리의 해외 사업 전개에서 성과를 빨리 볼 것이라고 전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F&F가 가진 브랜드 운영 능력과 중국에서의 네트워크 등을 감안하면 향후 기업가치 상승을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면서도 “다만 MLB는 라이선스 취득 이전에도 중국에서 연간 1천억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했기에 브랜드 성공에 대한 사전 검증이 상당 부분 형성돼 있었지만 디스커버리는 아직 그러한 수준의 검증이 증명되지 않은 상황이기에 MLB와 같은 단기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이르다고 판단한다”고 봤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