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상현 CJENM 대표이사가 재무안전성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서 모두 진전을 이뤄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추진했던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막바지 협상이 순탄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 윤상현 CJENM 대표이사가 지난해 부진했던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재무안정성을 강화에도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라는 고비를 앞두고 있다.
윤 대표로서는 토종 OTT 사이 합병이 어떤 방식으로 매듭지어지든 후속대책을 마련해 추진하는 일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CJENM은 보유하고 있던 넷마블 주식 일부를 처분하기로 하며 자회사 CJ라이브시티 사업 중단에 따른 손실을 메꿀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CJENM은 최근 보유하고 있던 넷마블 주식 429만7674주를 처분하기로 했다. 처분 예정일은 12일이다. 이를 통해 CJENM은 2501억1246만 원을 확보하게 된다.
CJENM이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중단으로 입게 될 손실 규모가 2천억~3천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넷마블 주식 매각이 손실 방어 측면에서 결정됐다는 시각이 많다.
CJ라이브시티는 CJENM이 지분 90%를 보유한 자회사로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시행회사로 설립됐다.
K-컬처밸리 복합개발사업은 경기 고양시 장항동 일대에 K팝 공연장과 쇼핑센터, 숙박시설, 업무지구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경기 북부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혔다.
하지만 사업이 시작된 2016년 이후 인허가 절차 지연 등의 상황 탓에 진척 속도가 매우 느렸고 1일 경기도가 사업협약을 해제하기로 하면서 사업이 전면 백지화됐다.
CJENM은 공사지연보상금과 위약금을 포함해 2천억~3천억 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넷마블 주식 처분 거래의 의미는 CJENM이 CJ라이브시티 청산을 결정했고 최대 손실 인식 금액이 2천억 원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며 “CJ라이브시티 청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은 넷마블 지분 일부 처분으로 상쇄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CJ라이브시티 사업 무산으로 CJENM도 돌발 악재를 맞았지만 비핵심 자산인 넷마블 주식 처분으로 현금을 확보하기로 하며 급한 불은 껐다고 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CJENM으로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실적 개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반가운 일이다.
지난해 CJENM은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영업손실 839억 원을 냈다. 지난해 CJENM의 영업손실이 146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영업손실로 커머스 부문에서 거둔 이익을 다 까먹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커머스 부문 대표였던 윤상현 대표에게 엔터테인먼트 부문까지 겸직하게 한 것도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진에 대한 문책성이란 시선이 나오기도 했다. 이전까지 CJENM은 커머스 부문 대표와 엔터테인먼트 부문 대표가 각각의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도 긍정적 신호가 여럿 포착되고 있다.
티빙은 일일활성이용자(DAU)와 시청시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티빙의 DAU는 지난해 12월 133만 명에서 올해 6월 195만 명으로 증가했다. 시청시간은 지난해 12월 4400만 시간에서 올해 6월 6500만 시간으로 급증했다.
해외 경쟁사인 넷플릭스는 같은 기간 시청시간이 1억1500만 시간에서 7300만 시간으로 줄었는데 티빙이 국내시장에서는 넷플릭스와 비견할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이밖에도 영화드라마,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모두 실적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증권업계에선 내다보고 있다.
윤상현 대표로서는 CJENM의 중요한 문제를 일정 부분 해소한 만큼 앞으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경쟁력을 더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CJENM이 OTT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OTT사업에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높이고 플랫폼 확장을 위한 필수적이란 의견이 많다.
다만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였던 합병 작업에서 진통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티빙과 웨이브 각각에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주체들이 많은 까닭에 애초부터 합의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 말이 많았다.
최근까지도 일부 전략적투자자의 무리한 요구 조건 탓에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얘기도 나왔다.
합병이 틀어지게 된다면 통합 법인을 통해 OTT사업을 강화하려는 CJENM의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한 만큼 윤 대표도 합병의 협상과정에 촉각을 곤두 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 합병에 이르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CJENM이 보유한 티빙 지분은 48.9%인데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으로 통합 법인이 출현하게 되면 CJENM이 지닌 통합 법인 지분율은 30%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CJ ENM이 통합 법인의 지분율 40%를 유지하려면 상당한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윤 대표로서는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가로 진행하며 자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신은정 DB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에 CJENM은 CJ라이브시티 관련 손실과 티빙와 웨이브 합병 이후 지분 확보 등을 위해 추가적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간 내 비핵심 자산 유동화는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