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건설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사업종합관리(PMC) 영역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28일 공개한 건설동향브리핑 제963호 ‘건설산업의 위기와 파괴적 혁신’ 보고서에서 “국내 건설산업이 매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프로세스 혁신, 네트워크 혁신, 사업영역의 확장 등의 검토가 필요한 시기”라고 바라봤다.
▲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국내 건설업계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한 건설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건산연은 국내 건설산업이 정부의 정책 영향 아래서 성장하면서 표준적 사업관리 절차와 기준을 형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산업 자체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고 최근 금리 및 원자재가 상승, 경기불안 등 외적 요인이 건설업에 유독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산연은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애플이 기존 휴대폰 시장과 차별화되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질서를 창출한 것을 대표적 ‘파괴적 혁신’ 사례로 들었다.
이 외에도 교통 분야의 우버, 여행숙박 분야의 에어비앤비, 자동차산업의 테슬라, 쇼핑 분야의 아마존, 콘텐츠 분야의 넷플릭스·유튜브, 금융계의 비트코인 등을 파괴적 혁신 사례로 보고 건설업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산연은 특히 신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주체가 아니라 애플처럼 오랫동안 해당 시장에서 활동한 기존 주체가 주도하는 사례에 주목하며 건설업의 파괴적 혁신 사례로 미국 벡텔을 꼽았다.
벡텔은 토목 전문건설업체로 출발해 설계·조달·시공업체로 성장한 뒤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종합관리(PMC)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건산연은 “벡텔은 건설산업 영역 안에서 경험과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 전형적 파괴적 혁신 모델”이라며 “애플이 디지털 체계의 축적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한 사례와 비슷하다”고 짚었다.
건산연은 국내 건설사들은 아직 PMC 분야로 진출이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건산연은 “국내에서 시장 여건이 형성되지 못한 것과 함께 기업 내부의 한계 등으로 PMC 진출을 포기한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삼성물산, SK에코플랜트, GS건설이 건설업계의 파괴적 혁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전담조직(PM·CM팀)을 꾸려 PMC 분야로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친환경기업으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에코플랜트, 스마트양식 등도 신사업을 추진하는 GS건설 등도 변화의 움직임을 나타낸 것으로 파악된다.
건산연은 “국내 건설산업이 파괴적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며 “산업 차원의 건설생산 프로세스의 표준화를 유도하고 외부 네트워크 관련 정보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이어 “나아가 설계-구매-시공-유지관리로 이어지는 전통적 사업영역에서 시공의 전후방 사업영역으로 확장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