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가 경영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며 현대중공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 전무는 해외 조선사 대표들 앞에 모습을 보이며 현대중공업의 경영권을 물려받을 후계자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과 합작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업적을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 정기선, 현대중공업 후계자 이미지 각인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전무가 현대중공업 경영후계자로서 대외적 활동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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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
정 전무는 19~20일 이틀 동안 경주에서 열린 세계조선소대표자회의(JECKU)에 참석해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의 조선사 대표 및 고위관계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등 국내조선사 사장뿐 아니라 일본조선협회장인 무라야마 시게루 가와사키중공업 대표, 히가키 유키토 이마바리조선 사장, 궈다청 중국선박공업행업협회 회장, 케빈 무니 미국 나스코 조선소 부사장 등 각국의 조선소 대표와 고위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 사장에 새로 내정된 강환구, 가삼현 사장과 함께 참석했다. 정 전무의 참석은 현대중공업의 경영권을 이어받을 후계자라는 점을 국내외 조선사 대표들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정 전무는 이 자리에서 현대중공업의 현상황을 놓고도 거침없이 목소리를 냈다.
정 전무는 “현재 현대중공업은 굉장히 힘든 상태인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마냥) 시장이 좋아질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이 시장 1위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최악의 시장상황을 가정해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정기선, 내부적으로 업적 다지기 힘써
정 전무는 지난해 10월 임원이 된 뒤 처음으로 해외 에너지행사에 참석하며 국제무대에 첫 발을 들였다.
당시 해외행사 참석을 두고 정 전무가 현대중공업 고객사들인 선주들과 친분을 쌓는다는 의미에서 현대중공업의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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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신임 부회장(왼쪽), 가삼현 현대중공업 신임 사장. |
특히 현대중공업은 당시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던 시기라 정 전무의 국제무대 데뷔가 더욱 큰 의미를 지녔다.
정 전무는 지난해 11월 전무로 승진하며 입지를 더욱 확대했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으로 경영활동이 위축되자 해외기업들과 합작사업을 벌이는 등 다른 먹거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9월에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트와 상선 설계 및 프로젝트 관리부문 합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협력합의서에 서명했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에서 그룹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를 맡고 있는 가삼현 사장과 함께 참석해 직접 챙겼다.
정 전무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와 체결한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MOU)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정 전무는 7월에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산업광물부 장관과 만나 합작사업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절벽을 이겨내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정 전무는 해외사업 확대로 경영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또다른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이 사업들이 본궤도에 올라 순항할 경우 정 전무는 경영후계자로서 현대중공업 안팎에서 확고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사장단인사를 통해 정 전무의 경영권 승계를 앞당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사장단인사에서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국회의원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오갑 사장과 가삼현 부사장이 각각 부회장과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 전무가 경영전면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닦기 위한 수순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