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금조달에 나란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회사 모두 3분기에 저유가와 환율환경 등에 힘입어 실적이 날개를 달 것으로 예상되는 데도 재무구조 개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1500억 원 규모의 무기명식 무보증 이권부 공모사채 발행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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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대한항공은 17일 공모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희망물량을 써낸 곳이 한 곳도 없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키움증권, 동부증권, 유안타증권 등 주관사들은 미달된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발행금리는 4.0%로 결정됐다.
대한항공이 만기가 1년으로 짧고 시중금리보다 높은 연 4%를 내걸었음에도 회사채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을 받은 데 대해 투자금융업계에서 충격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상반기 부채비율이 이미 1000%가 넘고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라 4300억 원에 이르는 손실도 추가 반영될 것이란 점에서 회사채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한항공 신용등급이 비우량등급인 BBB+란 점도 기관투자자들이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유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올해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1000% 밑으로 낮춰야 한다. 대한항공이 총 1조 원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부채비율이 1000%를 넘으면 투자자들이 자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한이익상실 조항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6월말 기준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별도 기준 1109%에 이른다.
대한항공은 특히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이 5조6100억 원 수준인데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5700억 원정도에 그친다.
대한항공은 저유가와 원화강세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회복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내다본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4271억 원으로 최대 분기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항공업 특성상 유가와 환율환경 변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가능성, 과도한 부채비율, 한진해운 관련 손실 우려 등이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이 ‘BBB’로 대한항공보다도 더 낮아 공모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다고 판단해 최근 1년6개월 만기로 550억 원 규모의 사모채 발행에 나섰다.
아시아나항공도 3분기 실적이 고공행진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아시아나항공이 3분기에 영업이익 1530억 원을 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3분기에 국제선 여객수가 15% 이상 증가했고 저유가와 우호적인 환율환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6월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899.5%에 이른다. 항공기 임차료와 리스 부채 등을 위해 자금조달이 절실하다. 올해 4분기까지 아시아나항공이 필요한 운영자금은 금융리스 527억 원, 운용리스 1104억 원 등 총 1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1662억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도 세웠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구주주 가운데 금호산업이 500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한 것 외에 2대주주와 3대주주인 금호석화와 산업은행은 아직까지 참여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국적항공사로서 시장지배력은 높지만 항공산업 전반에 대한 신용도 전망이 밝지 않은 데다 높은 부채비율, 계열사 지원리스크까지 얽혀 있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칫 빚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