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자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한 재계의 반발 속에서 배임죄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원장은 14일 서울 영등포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에서 “한국은 배임죄 형사 처벌 수위가 과도한 편”이라며 “유지와 폐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라면 유지보다 폐지가 낫다”고 말했다.
▲ 이복현 금감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현행 상법은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계에서는 밸류업 대책의 일환으로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재계에서는 다만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늘어나면 배임죄 목적의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날 발표한 상장사 153곳 대상 설문조사를 보면 61% 가량이 이사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배임죄 폐지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배임죄 폐지가 어렵다면 범죄를 구성하는 요건에 따로 경영판단 원칙 등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실제 잘못이 벌어졌을 때로 한정해야 한다”며 “소액주주 보호장치를 갖추고 배임죄 처벌을 없애거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은 함께 다뤄야 할 과제다”고 바라봤다.
이 원장은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다른 나라에서는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그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선진국에서 당연한 것이고 배임죄는 전세계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제도”라며 “국내 배임죄는 과거 일본 제도를 들여온 것인데 일본에서는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배임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고도 바라봤다.
그는 “이전에는 목적이 있는 고의가 있을 때로 한정됐지만 지금은 미필적 고의까지 포함해 범위가 너무 넓다”며 “검사도 이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배임죄 수사를 많이 해 본 제가 말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만 모든 주주 이익을 1대1로 고려하는 입장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원장은 “일부 발의된 법안 가운데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란 표현이 있다”며 “금감원은 ‘비례적’이란 표현에 반대하며 모든 사람의 이익을 비례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