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강업계가 탄소 관세 부담을 크게 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적 탄소 관세 부담을 줄이려면 국내 배출권제도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은 1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무상배출을 중단하라: 시장 활성화 시나리오 분석을 통한 배출권거래제 개선 방향 제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를 제한하고 추가 배출량만큼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업들에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금전적 부담을 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보고서에서 한국 배출권거래제(K-ETS)가 과도한 배출허용량과 높은 무상할당 비중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1년부터 시작된 K-ETS 계획기간 동안 산업 전반에 걸쳐 잉여 배출권이 다량 발생했다. 기업들이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배출권이 많이 발행됐다는 뜻이다.
특히 정부는 탄소 집약적이고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산업에 무상으로 배출권을 할당해주고 있어 일부 기업들은 배출권이 더 많이 남게 됐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배출권을 되팔아 첫 제도 시행부터 지금까지 1965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 한국 배출권거래제 가격이 너무 값싸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탄소 관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CBAM은 2026년부터 유럽연합으로 수출되는 제품이 생산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에 상응하는 만큼 유럽연합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관세 제도다. 해당되는 품목은 철강, 시멘트, 비료, 알루미늄, 전력, 수소다.
유럽연합은 해당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들이 생산국에서 지불한 탄소 배출권 비용을 상쇄해주는데 한국 배출권 가격은 유럽연합 배출권 가격의 약 10분의 1에 불과해 많은 관세 비용을 추가 지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는 CBAM 무상할당 배출권이 만료되는 2040년부터는 매년 철강 업계가 내는 관세 비용만 약 1910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기후솔루션은 이에 한국 정부가 배출권거래제에서 유상 할당하는 비중을 높이면 CBAM 관세 비용을 효과적으로 낮추고 유럽연합으로 유출되는 탄소 감축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2026년부터 유상할당 비중을 20%에서 시작해 매년 20%씩 확대하면 정부는 2040년까지 621조 원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김다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배출권거래제 개편으로 국내에서 탄소 배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당장은 산업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EU CBAM 등 점차 확대되는 녹색 무역 관세로 타 국가에 지불해야 할 금액을 국가 재원원으로 미리 걷어들이는 것과 같고 이러한 재원을 온실가스 감축과 지역경제 전환 기금으로 활용하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