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7월부터 지주사 자산 기준을 1천억 원에서 5천억 원으로 올리는데 그 전에 세제 혜택을 받으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8일 공정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동홀딩스, 샘표, AP시스템, 홈센타홀딩스, 유비쿼스(향후 분할해 지주사 전환 예정) , 원익홀딩스 등의 상장사들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인적.물적분할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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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로 AP시스템 대표. |
올 연말부터 자산규모 1천억~5천억 원의 기업들이 지주사 개편작업에 잇달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강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자산 기준을 변경하는 시점이 내년 7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 1천억~5천억 원 규모의 기업은 늦어도 2017년 1분기 말까지 지배구조개편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현물출자나 주식교환을 하면 양도세 과세 시점을 늦춰 준다. 상장 자회사 지분 20%(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 지주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자회사 지분을 매입할 때는 취득세도 면제해 준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6 조세지출 예산서’에 따르면 2015년 기업들이 지주사(금융지주사 포함) 전환으로 감면받은 세금은 238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런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지주사 전환 시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고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당초 지주사 자산 기준을 올해 9월부터 상향 조정하기로 했지만 시행령 개정으로 적용시점을 내년으로 미뤘다.
대주주가 회사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에 나서기도 한다.
삼성전자 협력사인 AP시스템이 대표적인데 이 회사는 최근 지주사 전환을 위해 회사를 지주회사(APS홀딩스)와 사업회사(AP시스템)로 쪼개는 인적분할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AP시스템의 최대주주는 정기로 대표인데 보유지분이 8.93%에 불과하다. 정 대표가 취약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주사 전환에 착수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인적분할을 하면 쪼개지는 두 법인에 대한 정 대표의 지분율은 그대로 유지된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AP시스템의 경우 지주사 전환시 회사 성장을 이끌었던 정 대표 중심의 안정적인 경영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주회사는 자회사를 지배.관리하는 것을 목적으로 출범한 회사를 말하는데 그룹 지배구조의 구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자회사 관리만 하는 순수지주회사와 자체사업도 하는 사업지주회사로 나뉜다.
올해 들어 지주사 전환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배구조가 투명해지면서 기업가치가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장비업체인 유비쿼스 주가는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발표한 7일 이후 17일까지 열흘 만에 12.6% 올랐다. 일동홀딩스와 샘표 주가도 지주사 전환 발표일 이후 각각 13.5%,4.9% 상승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