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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미국의 '중국 과잉생산' 때리기는 성공할까

정의길 egil@hani.co.kr 2024-06-0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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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국제경제 톺아보기] 미국의 '중국 과잉생산' 때리기는 성공할까
▲ 미국이 중국을 향해 '관세폭탄'을 부과하면서 중국의 과잉생산이 문제라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3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121조207억 위안(약 2경2천270조원)으로 전년 대비 5.2% 포인트 증가했다고 올해 1월17일 발표했다. 사진은 1월16일 중국 경제 중심지로 꼽히는 상하이 세계금융센터를 황푸강에서 바라본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의 중국 견제가 디커플링에서 과잉생산(설비과잉)으로 옮겨지고 있다.

디커플링은 첨단기술이나 공급망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그 직접적 대상이나 효과가 중국에 한정된다. 하지만,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당장 영향을 미친다. 

과잉생산된 중국 제품들이 다른 나라들의 관련 산업을 붕괴시켜, 중국 회사와 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보다는 중국의 과잉생산을 문제삼는 것이 국제사회의 여론과 지지를 받을 공산이 크다.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중국의 생산 능력은 내수뿐 아니라 현재 세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상당히 넘어섰다”며 “중국이 다른 나라 경제를 압박하는 과잉생산 능력을 줄임으로써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본격적으로 중국을 압박했다.

더 나아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14일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25%에서 100%로, 반도체와 태양전지 관세는 25%에서 50%로 올리는 중국산 제품들에 대해 대대적인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반칙을 쓰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중국은 과연 과잉생산을 해서,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의 관련 산업과 일자리를 위협하는가?

먼저, 용어부터 정정해야 한다. 옐런 등 미국 당국자들이 이 문제와 관련해 쓰는 용어는 ‘오버커버서티’(overcapacity)이다. ‘설비 과잉’이나 ‘과잉 생산 능력’이라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 설비과잉의 교과서적 정의는 예상 판매량보다 높은 생산능력이다.

지금 미국이 문제삼는 것은 중국에서 과도한 생산에 기반한 수출이 전 세계적으로 관련 경쟁자들을 시장에서 몰아내거나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설비과잉이 아니라 ‘문제적 설비과잉’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이 시장 수요보다 넘치는 데서 더 나아가 경쟁자들을 도태시키거나 그런 위험을 조성해야 한다.

설비과잉은 우선 가동률로 판단된다. 즉 가동율이 낮을수록 설비과잉에 근접한다. 다국적 금융그룹 ING의 싱크탱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전반적 산업 가동율은 올해 1분기 현재 73.6%이다. 보통, 가동율이 80%면 이상적으로 평가하고, 60% 이하면 설비과잉으로 본다.

미국의 77.4%, 독일의 81.3%에 비하면 설비과잉이나 한국의 71.3%, 타이의 60.5%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중국 내부적으로 본다면, 문제적 과잉 설비로 보기 힘들다는 수치이다.

중국의 수출의존도 및 수출 관련 제조업 비중도 2000년대 후반 이후 줄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의 비중은 2006년 36%까지 올라갔지만 그 뒤에는 떨어져 2022년 20.7%를 기록했다. 또 2006년 이후에는 자국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의 증가율이 생산 증가율보다 훨씬 높았다.

2023년 수출은 전년도에 비해 4.6% 감소했다. 2016년 이후 처음이다. 2023년 미국의 GDP 대비 대(對)중국 상품수지 적자도 2794억 달러를 기록해 2022년의 3823억 달러 보다 크게 줄었다.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현재 미국이 집중적으로 문제삼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태양전지판 등 첨단 및 청정기술 분야는 어떨까?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증가율이 2022년 1월 20%에서 2024년 5월 현재 –3%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은 지난 5년 동안 22%가 늘고, 중국 자동차 시장 비중도 28%에서 33.5%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유럽과 북미에서 생산이 약간 줄기는 했으나,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서는 자동차 생산이 늘었다.

2019년과 2023년 비교하면 유럽은 1820만대에서 1500만대, 북미는 1220만대에서 1100만대, 남미는 270만 대에서 210만대, 아시아는 1850만대에서 1970만대, 중국은 2070만대에서 2530만대, 중동-아프리카는 150만대에서 180만대로 바뀌었다.

시장 점유율은 유럽이 24.6%에서 19.8%로 비교적 크게 줄었고, 북미는 16.5%에서 15.5%로 줄었다. 나머지는 모두 늘었다. 유럽과 북미의 부진은 코로나19 팬더믹에서 아직 완전하게 회복되지 않은 영향이 크다.

이런 수치를 보면, 현재까지는 중국의 설비 과잉이 크게 문제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향후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연율로 6.6%였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서도 5.3% 성장했다. 놀라운 성장이다. 문제는 이런 성장이 제조업 생산 및 투자 증가의 기여도에 크게 기댔다는 것이다.

1분기 고정자산 투자는 1년 전보다 4.5% 늘어 전년 증가율(3.0%)과 예상치(4.0%)를 모두 웃돌았다. 인프라(6.5%)와 제조업(9.9%)에 대한 투자가 강세를 보이며 부동산 투자가 9.5% 감소한 부동산 분야를 상쇄했다. 1분기 물·전기·가스 등의 설비 투자는 11.7%, 제조업 중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는 7.4% 증가했다.

중국은 분명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첨단 분야 산업에서 투자를 늘려 과잉설비의 우려를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분야 투자 성장률은 2023년에 전년 대비 25%를 기록했다.

태양광 전지판, 반도체, 배터리에서 투자 증가는 더 인상적이다. 이 때문에 이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순이익은 2024년 초에 4% 미만인데, 이는 2010년대의 6% 전후에 비하면 50% 가량 떨어진 수준이다.

중국의 설비과잉은 태양광 전지에서 잘 드러난다. 월스트리트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2023년 450기가와트의 태양광 전지를 생산했다. 이 중 220기가와트가 국내에서 설치됐고, 나머지는 수출됐다.

중국은 올해 750기가와트 태양광 전지를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약 500기가와트가 해외로 나가야 한다. 이는 2023년에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소화한 용량의 4배나 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은 2025년에 1천 기가와트시(Gwh)에 도달한다. 이는 중국 국내 수요의 2배이다. 중국 밖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가동율은 2022년 100%에서 2026년이면 80%로 떨어진다. 2025년부터 전 세계는 전기차 배터리의 과잉생산에 직면한다는 말이다.

중국의 설비과잉이나 과잉생산은 간단히 재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더미 이후 중국 경제는 소비 부족과 국내 수요 정체에 시달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투자는 2022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44%에 달한다. 구조적으로 과잉설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소비 부족과 수요 정체, 투자 확대가 계속된다면, 중국은 수출에 기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이미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분명 소득분배 개선 그리고 사회복지 확대 등을 통한 가가계소득 증가로 국내 소비 진작과 시장 확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과제이고, 갈 길이 멀다. 중국으로서는 당장 수출에 기대야 하고, 해외시장 확보가 여전히 필요하다.

미국이 100%의 폭탄관세를 때리는 무역장벽을 높이고, 무역전쟁도 나서고 있다. 이에 중국은 미국 등 선진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으로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자칫 미국이 중국과 벌이는 대결에서 거꾸로 포위되는 형국으로 몰릴 수 있다.

중국의 최대 전기자동차 회사인 비야디(BYD)는 브라질 북동부의 가난한 바히아 주에서 10억 달러를 투자해, 올해부터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을 생산한다. 이 공장은 미국의 포드 자동차가 철수한 곳이다. 지난해 룰라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성사시킨 프로젝트이다.

2022년에 중국의 전기차 관련 해외직접투자는 유럽에 118억 달러, 아시아에 67억 달러, 북미에 48억 달러, 남미에 30억 달러, 아프리카에 25억 달러, 중동-북아프리카에 3억 달러 순이었다.

그런데 2023년에는 중동-북아프리카에 76억 달러, 유럽에 76억 달러, 아시아에 65억 달러, 북미와 남미에 각각 27억 달러 순으로 바뀌었다. 유럽과 북미가 줄고, 신흥국 지역에서 중국 전기차 회사들이 약진하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워싱턴이나 브뤼셀이 중국 전기차 등 첨단산업에 가하는 보복관세는 오히려 중국 기업들로 하여금 동남아, 남미, 중동 등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는 신흥시장을 더 장악하게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크라이슬러자동차의 아시아 담당 사장을 지냈던 빌 루소는 이 신문에 “‘우리가 관세를 올려서 중국의 진출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논의에서 실종된 부분이 있다”며 “그런 논의는 당신들 나라를 지킬 뿐이고 나머지 다른 모든 곳을 열어주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일본의 자동차나 제조품이 미국 등 서방을 휩쓸 때 과잉설비나 과잉생산이라고 하지 않았다. 물론 미국은 그 때 관세를 올리고, 일본 엔화 가치를 올리는 방안 등을 썼다. 이에 일본 회사들은 미국에 현지투자로 무역장벽을 극복했다.

미국은 지금 중국에 관세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투자도 막고 있다. 중국이 어디로 갈지는 분명하다. 중국을 막고 봉쇄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오히려 중국을 전 세계로 진출하게 하고 있다. 정의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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