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들이 TSMC에 파운드리를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위탁생산에 대만 TSMC 파운드리 활용을 추진한다. 미국 정부의 기술 규제에 맞춰 성능을 낮춘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5일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제재 기준에 맞춰 사양을 조정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의 첨단 기술 및 소프트웨어, 장비 등을 활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했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에 미국 기업의 장비와 기술 등을 활용하고 있어 중국 업체의 고사양 제품을 위탁생산할 수 없다.
따라서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의 주요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업체는 주로 자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의 제조 기술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SMIC의 반도체 공정 기술력과 생산 능력이 TSMC와 비교하면 크게 뒤처지고 있어 중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미국 규제에 맞춰 반도체 성능을 낮추더라도 TSMC의 파운드리를 활용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전문기업 2곳은 이미 지난해 말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수 있는 자체 설계 반도체를 TSMC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기업의 반도체가 규제 기준에 충족한다면 미국 정부가 TSMC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을 강력하게 견제하며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제재가 논의되거나 TSMC 및 대만을 향한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TSMC는 현재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애리조나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 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 기반도 엔비디아와 애플, 퀄컴과 AMD 등 미국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 기업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해 얻을 수 있는 실익도 크지 않은 만큼 TSMC가 실제로 이들의 파운드리 주문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미지수다.
TSMC는 로이터를 통해 “개별 고객사에 대해 언급하기 어렵다”며 “원칙과 윤리에 부합하는 고객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에는 현재 약 50개의 인공지능 반도체 신생기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연구개발에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 반도체를 위탁생산할 만큼의 미세공정 기술 등 역량을 갖춘 현지 파운드리 기업은 SMIC가 유일해 수요와 공급에 불균형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정부는 엔비디아와 AMD 등이 중국에 고사양 인공지능 반도체를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제재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해외 기업에 의존을 낮추려면 가능한 여러 방법을 활용해 자국 내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SMIC의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 능력은 사실상 모두 화웨이 제품에 배정되어 있는 상태로 전해졌다.
결국 TSMC 파운드리 활용 여부가 중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산업 발전에 핵심 변수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