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4-06-04 14:2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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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이 상장 계열사별로 최고경영자(CEO) 승계 정책을 명문화해 운영한지 1년이 됐다.
각 계열사들은 명문화된 승계 정책에 따라 차기 대표이사 후보군으로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을 놓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롯데그룹이 주요 계열사에 최고경영자(CEO) 승계정책을 명문화한 지 1년이 지났다. 각 계열사별로 후보군 교육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4일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들이 최근 공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살펴보면 각 계열사별로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한 해 동안 대표이사 후보군을 총 20명으로 잡았다. 이들을 대상으로 ‘프리-CEO(Pre-CEO) 과정’을 운영했다.
2023년 말 기준으로 롯데지주에는 대표이사를 제외하고 사장 4명과 부사장 5명, 전무 4명, 상무 16명이 있다. 상무 일부를 포함한 전무 이상급 임원들이 대표이사 후보군에 포함됐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미래 경영자 후보군으로 모두 115명을 선발해 ‘핵심인재 육성 과정’을 이수하도록 했다. 롯데지주의 상무보 임원은 모두 12명인데 이들을 포함해 팀장 등이 미래 경영자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여겨진다.
롯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 역시 승계정책에 따라 최고경영자 후보를 양성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2023년 상반기 기준으로 모두 2명을 대표이사 후보군에 발탁했다. 이들을 대상으로만 ‘프리-CEO’ 과정을 운영했다.
롯데쇼핑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표이사를 제외한 부사장이 2명밖에 없다. 장호주 롯데그룹 유통군HQ 재무혁신본부장과 이우경 유통군HQ 마케팅혁신본부장 등이다. 장 본부장은 롯데쇼핑의 사내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롯데쇼핑에는 올해 부사장이 한 명 더 생겼다. 지난해 말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장(롯데온 대표)으로 영입된 박익진 부사장이다.
롯데쇼핑의 장기적 미래 경영자 후보군으로는 모두 11명이 선발돼 ‘핵심인재 육성 과정’을 밟았다.
롯데그룹의 한 축인 화학사업을 도맡고 있는 롯데케미칼은 모두 5명을 최고경영자 후보군으로 뽑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이들에게 최고경영자 기본역량 과정, 전략도출 프로젝트, 리더십 진단 및 피드백, 코칭 리더십 내면화 등의 육성 과정을 실시했다.
올해는 최고경영자 후보들이 기업가치를 향상하는 CEO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설명(IR) 피칭 교육과 국내외 현장방문교육, 전현직 CEO 및 내외부 전문가 특강 등을 육성 과정에 포함했다.
롯데케미칼은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사전에 확보해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검증하기 위하여 2023년부터 후보군 대상 직급의 범위를 확대했다”며 “기존 후보군 이외에 예비후보군을 별도로 선정해 보다 선제적으로 최고경영자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도 롯데쇼핑과 마찬가지로 장기적 미래 경영자 후보군으로 2명만 선정해 이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롯데하이마트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이사에 문병철 온오프통합상품본부장 상무와 박상윤 재무부문장 2명만 올라 있다. 올해에는 김진성 롯데그룹 유통군HQ 인사혁신본부장도 롯데하이마트 사내이사에 합류했다.
롯데웰푸드는 모두 10명을 ‘핵심인재 육성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으며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비즈니스와 글로벌, 리더십, 조직관리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GIANTs 과정을 신설해 대표이사 후보군에게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내놓은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도 ‘프리-CEO’ 과정과 ‘핵심인재 육성 과정’을 둘 다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처음 나타났다.
기존 후보군과 함께 지난해 추가로 후보군 5명을 확보해 교육을 진행했으며 2023년 신임 및 승진 임원 7명을 대상으로 경영현황과 전략 방향성에 대한 교육도 열었다.
롯데그룹 각 계열사들이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일괄적으로 명문화해 규정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22년까지만 하더라도 각 계열사들은 명문화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지니지 않았다.
롯데그룹의 이런 움직임은 금융위원회의 움직임에 발맞추고 그룹 차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역량을 고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3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가이드라인을 계정하며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의 주요 내용을 문서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그룹은 국내 재계그룹 가운데 최초로 2022년 모든 상장사의 이사회 안에 ESG를 설치하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의무화하는 등 ESG 경영 강화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내보이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