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학렌즈전문업체 세코닉스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모바일용 렌즈에 이어 자동차용 렌즈에서도 강자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박원희 회장은 뒤늦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시장을 읽고 한발 앞선 기술투자로 세코닉스를 키워냈다.
◆ 차량용 카메라렌즈시장에서 강자로 떠올라
16일 업계에 따르면 광학렌즈전문업체 세코닉스가 차량용 카메라렌즈사업에서 매출이 크게 늘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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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희 세코닉스 회장. |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코닉스는 모바일용 렌즈시장에 이어 자동차용 렌즈시장에서도 강자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며 “세코닉스는 사업다각화에 따라 앞으로도 안정적인 실적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코닉스는 1988년 설립된 광학렌즈전문업체로 모바일용 카메라렌즈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플래그십제품인 갤럭시S시리즈와 G시리즈, 중저가제품 등에 공급하는 등 그동안 모바일용 카메라렌즈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해왔다.
앞으로 모바일용 카메라렌즈사업에서 듀얼카메라시장의 확대에 따라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 차량용 카메라렌즈사업에서도 성장해 더욱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세코닉스는 2007년 차량용 카메라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새로 시장에 진출했다.
세코닉스는 차량용 카메라렌즈사업 초기인 2007년과 2008년 매출 1억 원대를 올리는 데 그쳤으나 지난해 매출 697억 원을 올리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는 차량용 카메라렌즈사업에서 매출 1044억 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보다 49.8% 늘어나는 것이다.
세코닉스는 자율주행 자동차시대를 맞아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시장이 확대되면서 차량용 카메라렌즈사업 매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은 차량이 차선을 벗어날 때 경고음을 주는 등 운전자의 운전을 돕는 시스템인데 차량용 카메라 등을 핵심부품으로 한다.
세코닉스는 현재 차량용 전방카메라, 후방카메라,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차선인식(LDWS), 차선유지지원(LKAS), 전방추돌경고(FCW), 운전자졸음인식(DSM)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차량용 카메라렌즈사업에서 현대모비스, 르노삼성, 한국GM, 미국 젠텍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세코닉스는 올해 7월 GM이 품질우수 협력업체들에게 주는 품질우수상(Supplier Quality Excellence Award)을 2년 연속 받는 등 자동차부품사업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코닉스는 4월 전장부품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회생절차에 들어간 헤드라이트생산업체인 에스에이엘(옛 에스지)을 143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박종선 연구원은 “에스에이엘은 한동안 적자를 보겠지만 2018년부터 흑자가 예상된다”며 “세코닉스는 에스에이엘을 통해 자동차 헤드램프사업 쪽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중장기적으로 매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코닉스는 현재 폴란드에 헤드램프 등 전장부품 생산을 위한 공장도 짓고 있다. 올해 안에 공장설립을 마무리한 뒤 내년 2월부터 제품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코닉스는 전체매출에서 차량용 카메라비중이 2015년 28.5%에서 올해 34.8%, 내년 38.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 박원희, 한발 빠른 투자로 세코닉스 키워
박원희 세코닉스 회장은 한발 앞선 기술투자로 세코닉스를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회장은 1939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기술전문가다. 대학 졸업 뒤 대한전선에 입사해 공장장을 지냈고 대우전자로 자리를 옮겨 중앙기술연구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이상을 공장과 연구소 등에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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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코닉스가 개발하고 있는 자동차용 카메라와 기술. |
박 회장은 대우전자 중앙기술연구소장 시절 광학기술 관련 일을 하며 광학제품의 국산화에 대한 꿈을 품었다. 당시 한국은 광학제품을 일본 등 선진국에서 대부분 수입해 사용했다.
박 회장은 1996년 예순을 몇년 앞두고 전 재산을 투자해 세키노스코리아(현 세코닉스)를 인수해 꿈을 이뤘다.
세키노스코리아는 일본의 광학렌즈업체인 세키노스사가 1988년 한국의 생산기지로 설립한 업체였는데 박 회장은 당시 세키노스코리아의 재무구조가 취약한 점을 틈타 공장 인수에 성공했다.
박 회장은 회사를 인수한 뒤 곧바로 광학기술을 모바일에 접목시키기 위한 기술개발에 들어갔다. 모바일용 카메라시장이 열리기 전이었지만 무선통신서비스 발달에 따라 모바일에 반드시 카메라가 필요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박 회장의 기술투자는 1998년 삼성전자가 모바일용 카메라렌즈에 대한 개발요청을 해오며 빛을 냈다.
세코닉스는 그 뒤 끊임없는 연구개발(R&D)과 특허출원을 통해 광원렌즈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경쟁업체들이 렌즈사업에서 카메라모듈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 박 회장은 한눈 팔지 않고 렌즈사업에 집중한 결과였다.
1990년대 후반 프로젝션TV용 렌즈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며 프로젝션TV용 렌즈시장을 선도했고 2007년에는 차량용 카메라시장의 미래를 보고 차량용 카메라렌즈시장에 진출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2002년 중국 웨이하이, 2014년 베트남 비나에 모바일용 카메라렌즈생산을 위한 공장을 설립하는 등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세코닉스는 현재 모바일용 카메라렌즈사업, 프로젝터용 렌즈사업, LED렌즈사업 외에도 패널필름사업, 차량용 카메라모듈사업, 차량용 램프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세코닉스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449억 원을 올렸다. 5년 전인 2010년 747억 원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비중은 줄어들지 않았다. 지난해 전체매출의 8.32%를 연구개발비로 투자했는데 5년 전 8.11%과 비슷하다.
박 회장은 올해 3월 세코닉스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세코닉스는 박 회장의 사임으로 박 회장과 권혁대 대표의 각자대표체제에서 박은경 대표와 권혁대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로 변경됐다. 박은경 대표는 박 회장의 큰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