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더리움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을 받으면서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더리움 상당수 물량이 스테이킹으로 묶여 있고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때와 비교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오른 만큼 향후 기관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다면 급격한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24일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의 거래가 본격화한다면 이더리움 가격이 공급량 부족과 자금 유입에 힘입어 비트코인보다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고 바라본다. 사진은 이더리움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
24일 가상화폐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더리움 가격은 이번 현물 ETF 승인을 계기로 비트코인 못지않은 가격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이더리움이 현물 ETF를 승인받기까지 과정이 순탄치 못했던 만큼 아직 충분한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은 올해 1월 현물 ETF 승인을 받기 전인 지난해 말부터 승인 기대감에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더리움은 ‘증권성’ 논란 때문에 SEC로부터 승인을 받기 3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올해는 승인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다. 이에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트코인은 현물 ETF 승인 이후 2021년 최고가격을 경신했다. 이더리움은 아직 2021년 최고가를 넘지 못했는데 이더리움 역시 이번 현물 ETF 승인을 계기로 최고가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비트코인은 현물 ETF 기대감에 지난해 말부터 3배 가까이 올랐지만 이더리움은 기대감이 제대로 반영된 것이 없었다”며 “이 때문에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의 스테이킹 서비스와 현물 ETF 승인 효과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스테이킹은 가상화폐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맡겨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는 거래 검증작업에 참여하면 이에 따른 보상으로 가상화폐를 지급받는 것을 뜻한다.
이더리움은 2022년 9월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며 네트워크 합의 알고리즘을 채굴에 기반하는 ‘작업증명(PoW)’에서 스테이킹을 활용하는 ‘지분증명(PoS)’으로 전환하고 스테이킹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재 이더리움 총 공급량의 약 27% 이상이 스테이킹으로 묶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사들이 현물 ETF 수요에 맞춰 이더리움을 사려고 해도 시중에 물량이 없어 사지 못하며 가격이 급격히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탈릭 부테린과 함께 이더리움을 만든 조셉 루빈은 최근 DL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더리움을 구매하려는 압력이 꽤 많이 있을 것이다”며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됐을 때보다 그 수요를 감당할 공급량이 적을 것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더리움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본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소각하게 돼 있기 때문에 공급량이 더욱 제한적일 수 있다.
김동환 원더프레임 대표도 “스테이킹 돼 있는 물량은 살 수도 없고 스테이킹한 사람들도 팔 생각이 없을 것이다”며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강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다만 변수는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만큼 이더리움 현물 ETF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것인지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됐을 때 상당한 자금이 들어왔으나 홍콩에서는 시장의 기대보다 자금 유입량이 미미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디지털자산위클리 보고서에서 “미국 이더리움 현물 ETF도 시가총액에 비례하는 수준으로 자금 유입이 된다면 이더리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고 바라봤다.
▲ 23일(현지시각)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되기는 했으나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이더리움이 어떠한 가격 흐름을 보일지는 예측하기가 힘들 수도 있다. 사진은 이더리움재단 홈페이지 갈무리. |
SEC 승인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물 ETF 출시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승인 다음 날부터 바로 거래가 이뤄졌으나 이더리움은 승인조차 전격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있어 심사요청서(19b-4)에 대한 승인만 이뤄졌을 뿐 아직 증권신고서(S-1)에 대한 승인은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이에 실제 거래까지 최대 3개월 이상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앞으로 이더리움 가격이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 연구원은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X에 올린 글에서 “내일 당장 거래를 시작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