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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다 아키오 토요타 사장. |
"토요다 아키오에게 2012년은 사느냐 죽느냐가 결판나는 해가 될 것이다.”
토요다 아키오 사장은 토요타자동차를 세운 토요다 기이치로 창업주의 손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1년 말 토요타가 세계 자동차업계 1위를 회복하지 못하면 아키오 사장이 CEO 자리를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에서 급발진 사고가 발생해 해를 넘긴 2010년까지 모두 960만 대의 차량을 리콜하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토요타는 그해 4600억 엔(약 5조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입었다. 세계 자동차업계 1위에서 밀려나는 수모를 겪은 것은 물론이다.
토요다 사장은 토요타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으면서 구원투수로 나섰다. 당시 와타나베 카츠아키 사장까지 14년간 이어져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마감하고 최고경영자에 오른 것이다.
그리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운명의 해’가 될 것이라던 2012년 토요타는 세계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토요다 사장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이른 시일 안에 탈출하도록 이끌었고 아직까지 토요타의 CEO로 건재하게 살아남았다.
토요타가 당시 겪었던 위기는 안전성과 직결된 품질경영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례로 자주 인용된다. 전 세계 유통망을 둔 글로벌기업들에게 품질논란은 브랜드이미지 추락으로 직결된다.
리콜과 같은 천문학적 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 간 쌓아온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이를 되찾기까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를 겪으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출시 50여 일만에 단종을 결정하는 극약처방까지 내렸지만 교환 및 환불 등에 따르는 막대한 비용외에도 ‘삼성’이라는 브랜드이미지 훼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13일 삼성전자가 토요타가 리콜사태와 비교할 때 훨씬 빠른 초기 대응과 의사결정을 했고 이에 브랜드 가치훼손도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토요타는 발진 사고가 터진 직후 늑장대응으로 일관해 미국에서 1조 원이 넘는 벌금을 물어야 했다. 토요다 사장 역시 일본 나고야 본사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2010년에는 미 의회의 공청회에 불려 나가는 수모도 겪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 초기 리콜 결정을 신속하게 내리는 행보를 보였다. 국내에서 먼저 자발적 리콜조치를 결정했고 미국 등에서도 리콜에 들어갔다.
토요타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의 리콜사례와 확실히 달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속한 위기대응책을 내놓는 데는 성공했지만 근본적 원인파악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브랜드 신뢰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바로 이 대목이다.
토요다 사장은 최악의 리콜사태를 극복하고 어떻게 글로벌브랜드로서 명예를 곧추 세웠을까?
전문가들은 그 비결을 한마디로 ‘BACK TO THE BASIC’을 꼽는다.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뼈를 깎는 각오로 품질경영에 힘을 쏟은 것이다.
토요타의 사례는 위기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오너경영의 장점이 발휘된 사례이기도 하다. 토요타 리콜사태를 부른 원인으로 10년 넘는 전문경영인체제를 거치며 단기적 성과중심의 경영도 한몫했던 것으로 지적됐다.
실적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수익성만을 쫓느라 과도한 비용절감을 추진했고 결국 품질저하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토요다 사장이 오너 가문에서 구원투수로 기용된 것도 품질을 강화하는 데 신속하고 전략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은 덕분이다.
토요다 사장은 대규모 리콜사태를 겪은 이듬해 신형 '캠리'를 최상의 품질로 만들라고 주문했다. 이후 공장에선 캠리 시작차(상용화 이전의 테스트용 차)만 이례적으로 100대 이상 제작하는 등 필드테스트를 강화했다. 부품업체에 대한 감리 역시 섀시와 브레이크 등으로 세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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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토요타 사태 이후 이른 시일 안에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되찾은 것은 토요다 사장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고 품질우선주의 전략을 주문한 덕분으로 평가된다. 그는 젊을 때부터 상당한 카레이싱 실력을 갖춰 지금도 토요타와 경쟁사 차량을 비교하기 위해 직접 운전대를 잡고 경주를 벌인다고 한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갤럭시노트7 사태도 이 부회장 경영승계의 정당성을 내세우기 위해 단기적 성과중심주의에서 비롯된 실적강박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이 부회장이 갤럭시노트7 사태를 계기로 오너경영의 힘을 제대로 발휘해야 할 때다. 삼성전자가 브랜드신뢰를 회복하려면 앞으로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현재 직면한 상황을 고려하면 앞서 언급한 월스트리트저널이 토요다 사장을 언급한 식으로 이런 표현도 가능한 듯하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2017년은 사느냐 죽느냐가 결판나는 해가 될 것이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