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사진 오른쪽)이 해상풍력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하는 와중에 하부구조물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복병으로 맞았다. 사진은 조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2023년 11월29일 콜로라도 푸에블로에 위치한 씨에스윈드 미국법인을 방문해 김 회장과 악수하며 기념촬영하는 모습. <씨에스윈드> |
[비즈니스포스트] 씨에스윈드가 해상풍력 분야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지난해 인수한 덴마크 하부구조물 사업부문의 대규모 영업손실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은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사업을 정상화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23일 풍력기자재 업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씨에스윈드는 올해 하반기부터 해상풍력 관련 사업을 본격 추진할 예정이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베트남과 포르투갈 공장 증설을 진행해왔다. 베트남 공장은 3월 증설을 마무리한 뒤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 가동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법인은 연간 약 36만 톤의 육상·해상풍력타워 생산능력을 갖췄고, 생산가능한 해상풍력타워의 직경은 기존 8m에서 10m로 늘어났다.
김 회장은 최근 베트남 법인 20주년과 증설 준공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증설을 계기로 해상풍력 산업을 주도하고 시장 지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포르투갈 법인 증설도 이달 마무리된다. 회사는 포르투갈 법인을 유럽시장의 생산거점으로 삼아 유럽의 해상풍력 확대에 대응한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회사는 기존 육상풍력 분야에서 역량을 쌓은 풍력타워 외에도 하부 구조물을 통해서도 해상풍력 사업 일감을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세계 최대 하부구조물 생산업체로 평가되는 덴마크 블라트(현 씨에스윈드오프쇼어)를 작년에 인수했다.
하지만 씨에스오프쇼어가 1분기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탓에 씨에스윈드 전사 실적도 분기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회사는 1분기 매출 7367억 원, 영업손실 95억 원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는 영업이익 436억 원 수준이었는데 이를 대폭 밑도는 ‘어닝 쇼크’를 낸 것이다.
씨에스윈드오프쇼어 영업손실 규모가 5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만큼, 하부구조물 사업의 실적 부진이 전사 적자 전환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 씨에스윈드오프쇼어의 생산시설. <씨에스윈드오프쇼어 홈페이지 갈무리> |
씨에스윈드오프쇼어 실적이 부진했던 까닭은 일부 프로젝트의 생산 차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 하청업체가 인력 부족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원가가 늘어나며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에 씨에스윈드오프쇼어는 프로젝트의 납기를 맞추기 위해 자체적으로 원가를 더 투입하게 돼 수익성이 악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회사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에 반영하기 위해 고객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손실 보전이 일부 이뤄질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은 사업 불확실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미 대규모 적자를 낸 하부구조물 사업뿐 아니라 하반기 가동을 준비하는 베트남, 포르투갈 법인도 초기 수익성이 나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자재업종 특성상 노동 숙련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분기 중 고객사와 협상에서 긍정적 결론이 나온다면 씨에스윈드오프쇼어 영업이익은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지만, 협상 결과와 원가 추가 상승 여부를 짐작하기 어려워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는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과 포르투갈에서 신규 가동하는 해상풍력 설비 역시 가동 초반에는 기존 타워 부문보다는 낮은 마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풍력발전 전반에 걸친 대외적 여건이 아직 좋지 못한 상황인 만큼, 씨에스윈드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기자재업체들의 전방 고객사인 풍력터빈사들도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신규 수주와 판매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풍력 업황이 최악의 상황을 지난 것은 분명하나 회복 속도가 기존 전망보다 늦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