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법인세 인상 처리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벌이는 법인세 인상 격돌의 균형추가 기울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 여권서 법인세 인상 대안 마련 요구 고개들어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법인세 인상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
▲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 |
강 의원은 “내년 예산안 심사를 11월30일까지 마치지 못하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며 “이렇게 되면 다수를 차지한 야당이 부결시키거나 단독으로 수정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당이 반대하는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예산부수법안 직권상정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야당이 취할 수 있는 행동에 대비해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국회 보이콧에는 반대했다.
강 의원은 “이번 국감 사태에서 느끼듯이 의사일정 거부는 득보다 민심을 잃고 당내 분위기도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 야당도 납득할 여러 대안으로 협치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말은 여소야대 형국에서 야권이 한 목소리를 낼 경우 여당이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여당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을 벌였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를 필두로 제출한 정 의장 사퇴촉구 결의안도 뜻을 이루지 못하고 철회했다.
국회법에 따라 정 의장은 내년 예산안과 관련된 법안을 여야 합의 없이도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국회 본회의 의결에 부칠 수 있다. 여당이 반대해도 야당이 다수인 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3선 중진으로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강 의원이 법인세 통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의미는 작지 않다. 여권에서도 법인세 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음을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강석호 의원은 강신우 전 삼일그룹 회장의 아들로 삼일그룹 부회장을 지낸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다. 1991년 포항시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고 경북도의원을 거쳐 2008년 18대 국회부터 내리 3선을 하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힌다.
◆ 정부 인상 반대 확고
이날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인세 논쟁이 이어졌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유럽 국가 중 아일랜드 법인세가 가장 낮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이 모두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일랜드가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
|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아일랜드는 선진국 가운데 법인세율 12.5%로 최저수준인데 경제성장률 잠정치 7.8%를 제시한 점을 사례로 들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벨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아일랜드 경제 통계 수치를 다국적기업이 세금을 바꿔치기해서 나온 엉터리 통계라고 지적했다”며 “법인세 인하는 아일랜드 실물경제에 전혀 연결되지 않고 효과가 없다”고 반박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정부의 입장을 논박했다.
박광온 의원은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가 높다는 이유로 법인세 인상을 반대하는데 이는 GDP에서 기업 소득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OECD 회원국의 기업 소득 대비 법인세 비중은 평균 15.9%인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1.8%포인트 낮은 14.1%”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법인세가 고용에 영향을 준다는데 국내 제조업분야 대기업의 인건비 비중은 7%로 일본 10.3%, 독일 14.3%보다 낮다”며 “대기업이 외주 비정규직을 쓰면서 인건비를 낮춰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세금도 덜 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을 계속 고수했다.
유 부총리는 “대기업이 추가 고용 여력이 있다고는 보지만 법인세는 또 다른 문제”라며 “지금은 법인세 인상에 적정한 시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법인세 인상 대신 기업 생태계를 바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실적 차이를 좁히는 방안을 내놓았다.
유 부총리는 “상위기업에 법인세를 강화하기보다 공정거래나 기업 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것이 좋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