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르아부르에 위치한 토탈에너지스 소유 정제설비에 붙어 있는 로고.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석유 대기업이 기후 위기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직면했다.
21일(현지시각) 가디언에 따르면 세계 각국 기후피해자 8인은 프랑스 석유 기업 ‘토탈에너지스’를 상대로 파리 법원(팔레 드 쥐스티스)에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모두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이상기후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로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 위기를 초래한 토탈에너지스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죄목으로는 비자발적 살인행위, 타인의 생명위협, 재난 대처 미흡, 생물다양성 훼손 등이 포함됐다. 죄가 입증된다면 토탈에너지스 고위 임원진은 징역 또는 벌금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프랑스 국적 출신의 소송참여자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 어머니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이번 소송에 참여했다”며 “토탈에너지스의 주주와 이사들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내리는 결정은 우리 삶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소송참여자는 프랑스 남동부에 거주자로 2020년 발생한 대서양 태풍 ‘알렉스’에 어머니를 잃었다. 그 외에 파키스탄, 필리핀, 짐바브웨, 벨기에, 그리스 등 국가 출신 기후피해자들이 이번 소송에 참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따르면 세계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려면 2021년부터 석유 시추 사업 확장을 멈춰야 한다.
원고들은 토탈에너지스가 이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2021년 이후에도 새로운 석유 시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직접 결정을 내린 패트릭 푸야네 토탈에너지스 최고경영자(CEO), 고위임원진, 대주주 모두가 처벌해야 한다고 봤다.
다만 가디언은 프랑스 사법 체계 특성상 여러 명으로 구성된 단체가 피고라면 검찰이 직접 처벌 대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누가 대상이 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영국에서 글로벌 정유 대기업 ‘쉘’을 대상으로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다가 기각된 바 있어 파리 법원이 이번 소송을 기각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클레어 누비앙 비영리단체 블룸 대표는 “토탈에너지스의 경영진들과 주주들이 과거에 내린 결정을 보면 이들이 세계를 위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자사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우리는 이들 같은 기후범죄자들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