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해양과 플랜트부문에서 내년에 일감부족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권오갑 사장은 희망퇴직과 사업부 분사 등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일감부족을 앞세워 인력감원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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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현대중공업은 13일 사내소식지를 통해 “현재 선박수주가 잘 안되고 있지만 해양과 플랜트부문은 조선부문보다 일감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1월에 해상플랫폼 1기를 수주한 뒤 2년 가까이 해양부문의 수주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재 해양부문에서 건조하고 있는 공사는 6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6개 프로젝트도 내년 7월이면 공사가 끝난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초에 공사를 시작하는 아랍에미리트(UAE)의 해상플랫폼 공사 1개가 남은 일감의 전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부유식 원유·생산설비(FPU) 프로젝트의 입찰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는데 실패할 경우 해양부문 인력의 30%가 일감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고 추산했다.
플랜트부문도 내년 말까지 대부분의 공사가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말부터 플랜트사업부문 인력의 40%가 일손을 놓아야 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중공업이 그동안 일감부족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는 수차례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며 예상되는 유휴인력의 규모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권 사장은 올해만 3차례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특히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생산직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했다.
현대중공업은 사무직 과장급 이상, 생산직 기장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아 현대중공업에서 1700여 명, 계열사에서 300여 명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0월 말에 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에게 의뢰한 공동컨설팅의 결과보고서를 바탕으로 조선업 구조조정의 밑바탕을 그리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조선업계의 불황이 더욱 길어지더라도 인력감원을 통해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입증해야 조선업 구조조정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인력을 3천 명가량 대폭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점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구체적인 인력규모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일감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노동조합이 회사가 현재 처한 경영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해 무리한 파업을 추진하지 않았으면 하는 뜻에서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인력 구조조정의 경우 올해 7월을 마지막으로 희망퇴직이 모두 끝났다”며 “아직 추가로 예정된 희망퇴직 일정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