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SBS 등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재전송료 갈등이 또다시 불거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3사에게 KT스카이라이프에 대한 방송유지 명령을 내렸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해 갈등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방통위, 미봉책만 내놓아
방통위는 9일 KBS와 SBS에게 10월10일 자정부터 11월8일 자정까지 30일 동안 KT스카이라이프로 방송송출을 유지하라고 명령했다고 1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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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10월4일 MBC에게 KT스카이라이프에 방송을 유지하도록 명령을 내린 지 5일 만에 KBS와 SBS에도 방송송출 유지명령을 내린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미디어 환경이 변화되면서 재송신 관련 분쟁이 심화돼 방송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며 “시청자의 안정적인 시청권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법 제91조의7에 따라 방송유지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지상파3사가 KT스카이라이프에 실시간 방송공급을 중단하면 KT스카이라이프를 이용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153만 가구의 가입자가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없게 된다.
방송법 제91조의7은 방송의 유지·재개 명령제도를 말한다. 방통위가 시청자의 시청권을 보호하기 위해 30일 동안 방송프로그램과 채널공급을 유지, 재개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다. 방통위는 30일 뒤에 한 차례 더 30일 이내로 방송유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MBC가 10월4일부터 KT스카이라이프에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하자 KBS와 SBS도 이에 맞춰 10월10일로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KT스카이라이프에 통보했다.
지상파3사와 KT스카이라이프는 재전송료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지상파3사는 셋톱박스 단자수를 기준으로 재송신료를 지불해 달라며 가입자 상세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또 재전송료 단가를 현재 280원에서 430원으로 올려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KT스카이라이프는 가입자 정보는 영업상 비밀이라며 기존처럼 가입가구 수로 재송신료를 지불하겠다고 지상파3사의 요구를 거부했다.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가 재전송료를 놓고 갈등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상파3사는 유료방송사업자와 재송신료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월까지 49일 동안 케이블방송사에 대한 방송송출을 중단했다. 당시 갈등은 CJ헬로비전이 지상파3사에 재송신료를 280원 지불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다.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재송신료 갈등이 다시 한 번 불거지는 건 방통위가 미봉책만 세우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가 내릴 수 있는 조치가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가 마찰을 빚는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송출 유지명령이 끝나는 두달 뒤면 방통위는 지상파3사가 유료방송사업자에 방송송출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권한이 없다.
의무재송신제도인 종합유선방송법 제27조 제1항은 오직 KBS1와 EBS의 동시재송신만 의무화할 것을 규정했다. KBS2와 MBC, SBS는 의무재송신 제도의 적용을 받지 않고 유료방송사업자와 계약을 통해 재송신을 하게 돼있다.
방통위의 방송의 유지·재개 명령이 연장시한이 종료되는 12월 중순이면 KT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KBS2와 MBC, SBS 방송프로그램을 볼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재송신료 갈등이 심화되면서 지상파3사 방송의 블랙아웃이 5년 만에 재연되는 셈이다.
방통위의 직권조정과 재정도 미봉책인 것은 마찬가지다.
방통위의 직권조정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민관심행사를 두고 지상파3사나 유료방송사업자가 신청하지 않더라고 방송분쟁조정위원회가 직권으로 조정절차를 개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재정은 방송통신위원회가 국민관심행사를 두고 지상파3사나 유료방송사업자가 신청하는 경우에만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제도다.
직권조정은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 모두가 방통위의 조정안을 수락해야만, 재정은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가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해야만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각각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재송신료’ 분쟁 해결 권한이 답
방통위가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의 갈등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재송신료 산정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3사가 인터넷방송(IPTV)보다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이 둘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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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사장. |
서울대학교 공익산업법센터가 발간한 ‘지상파방송 재송신 관련 입법의 쟁점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유료방송사업자가 생기면서 지상파방송사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며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이익을 고려해 재송신 규제입법을 정교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간한 '2015년 광고통계자료'에 따르면 지상파3사의 광고시장점유율은 2002년 40%에서 2014년 20.1%로 반토막이 났다. 광고매출도 급감했다. 지상파3사는 2014년 광고매출 1조9천억 원을 나타냈다. 2002년보다 8천억 원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유료방송은 광고매출이 3천억 원에서 1조4천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늘어났다.
방통위는 지난해 8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재전송료 협의체’를 구성했다. 대학교수 등 학계 관계자를 주축으로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재전송료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기구다.
그러나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의 분쟁을 마무리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 재전송료 협의체의 구성원이 지상파 방송사, 유료방송사업자 등 실무자로 구성되지 않았을뿐더러 법적 구속력도 없기 때문이다. 또 재송신료를 산정하기 위한 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지상파3사와 유료방송사업자의 중재안에 초점을 맞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송신료 협의체는 1월 8차 회의를 개최한 뒤로 다시 열리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