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 또 한번 최대 연간 영업이익 기록을 세울 공산이 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줄었다.
그럼에도 지난해 2년 연속 연간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세운 현대차가 올해 또 한 번 수익성을 개선할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가 올해 사업계획상 환율을 보수적으로 잡아둔 데다 수익성 높은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친환경차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5일 콘퍼런스콜 열고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2023년 1분기보다 2.3% 줄어든 영업이익 3조5574억 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매출은 같은 기간 7.6% 증가한 40조6585억 원을 내 역대 1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을 놓고 "판매대수 감소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주요 해외 시장의 수요 확대에 따른 지속적 판매 성장세에 8% 이상의 안정적 수익성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1분기 현대차는 전기차 신차 양산을 위해 아산공장이 2개월여 동안 생산을 중단한 영향을 받아 국내 판매량이 16.3% 줄면서 글로벌 판매량 역시 1.5% 뒷걸음쳤다.
하지만 글로벌 주요시장인 북미, 유럽, 인도시장에서 비싼 고수익차량을 중심으로 각각 11.1%, 1.8%, 8.1% 판매 성장세를 이어가며 수익성 감소 폭을 방어한 것이다.
이날 발표한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증감사유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2508억 원의 이익 증가 효과를 봤다.
현대차와 같은 수출 기업에 있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물량과 외화표시 수출가격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때 환율상승 폭 만큼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글로벌 판매량 감소와 인센티브(판매장려금)가 증가한 영향을 받아 전체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는 올해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 전략을 짜뒀다.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 판매 목표로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30만 대로 잡았는데, 하이브리드차 목표는 전기차보다 3배 가까운 29%가 늘어난 48만대로 정했다.
이는 차량 판매를 위해 딜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전기차 수요가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판매 인센티브를 높여왔지만 승용 하이브리드차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에는 현재 계획보다 더 적은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대부분 전기차를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들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회사는 대당 7500달러(약 1천만 원)에 달하는 자체 인센티브를 미국 판매 전기차에 지급해왔다.
이르면 올 10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HMGMA) 건설이 완료되면 현지 생산 전기차가 IRA 보조금을 받을 길이 열리면서 전기차에 지급하는 인센티브 역시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현대차는 HMGMA에서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어 해당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전무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HMGMA 공장을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하이브리드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으로 시설 투자를 할 것"이라며 "전기차보다 수익성이 높은 하이브리드의 판매 믹스(조합)을 늘리고, 전기차는 줄여 전체적으로 인센티브 레벨을 관리할 수 있는 범위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생산량이 아직 규모의 경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전기차 부문에선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이미 내연기관차 수익성을 따라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의 1분기 전체 친환경차 판매량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둔화한 영향을 받아 작년 1분기보다 판매량이 4.8% 뒷걸음쳤지만, 하이브리드차는 같은 기간 16.6% 증가했다.
또 현대차가 국내에서 출고하지 못한 싼타페 하이브리드 물량만 1만4천 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차 생산능력 확대는 곧바로 판매량 확대로 이어져 수익성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생변수인 환율과 관련해 회사는 올해 사업계획 환율을 보수적으로(1270원)으로 잡아뒀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74원으로 올해 연간 환율 환경이 현대차의 애초 계획과 비교해 비우호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할 때 현대차가 올해 가이던스를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최대 이익을 기록할 가능성 있어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가이던스로 매출 4~5% 성장, 영업이익률 8~9%를 제시했다.
현대차의 작년 연간 매출인 162조6636억 원을 기준으로 해당 목표에 따른 영업이익은 13조5336억~15조3717억 원 수준으로 예측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15조1269억 원을 올리며 2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현대차의 실적 전망을 밝히는 부분이다.
올해 1분기에도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소재인 리튬 등의 전년 대비 가격 하락이 이어졌는데 해당 가격 변동분은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시차효과)로 인해 1개 분기 가량 늦게 반영된다.
이 본부장은 "2분기에도 이(원소재 가격 하락) 추세는 계속 될 걸로 예상하는데 그 금액은 상당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