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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매니지먼트, 재벌 지배구조에 또 경종 울려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10-06 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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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엇매니지먼트, 재벌 지배구조에 또 경종 울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회장.
 

폴 엘리엇 싱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이끄는 폴 싱어 회장의 풀네임이다.

칼 아이칸, 빌 애크먼과 함께 미국 월가에서 대표적 행동주의 투자자로 손꼽혀온 인물이다.

“(삼성그룹이) 주주들에게 더 유리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찾는 것이 더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그룹과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당시 미국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또 삼성그룹과 처음부터 대결할 목적이 없었다는 점, 한국기업들에 20년 이상 투자를 해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 엘리엇매니지먼트, 계속되는 삼성과 인연

엘리엇매니지먼트가 5일 삼성전자의 기업분할을 요구하면서 삼성그룹과 질긴 인연을 이어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9조 원의 자산을 굴리는 초대형 헤지펀드다. 싱어 회장의 개인재산만 19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블룸버그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인물 50'인에 3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6월4일 옛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지분 7.12%)를 장내에서 매수해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5월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이 공식발표됐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5월27일 삼성물산 3대주주로서 합병 반대의사를 이미 공식 통보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난해 삼성그룹 안팎은 물론 재계와 투자금융업계, 정치권까지 뜨겁게 달궜던 '엘리엇매니지먼트 대 삼성'의 진흙탕 싸움의 시작이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여 보유한 목적이 경영참가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회사 합병안에서 삼성물산 주가가 과소평가돼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7월17일 합병안이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가결되기까지 약 2달 이상 여러 건의 법적 소송과 여론전 등을 펼치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 과정에서 외국계 헤지펀드가 국내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려 한다는 비난이 높아졌다. 주총 표대결을 앞두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의 결정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기업합병을 둘러싼 이슈가 애국주의로 변질되는 양상까지 나타났다.

싱어 회장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2002년 월드컵 경기관람 당시 붉은 악마 복장을 한 사진을 공개하는 등 여론전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결국 합병안이 통과되면서 온갖 시도가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주주총회 가처분결정 관련 법적소송에서 패한 것은 물론 소유했던 삼성물산 지분 가운데 약 5%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금전적 손실도 본 것으로 추정됐다.

'엘리엇매니지먼트 대 삼성'의 공방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승리로 끝난 듯 보였지만 올해 3월까지 법적 공방이 이어지며 적잖은 후유증을 남겼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에 앞서 2002년 초 삼성전자의 정관 변경에 반대하며 소송전을 펼친 적도 있다. 삼성전자는 당시 정기주주총회에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없도록 정관 개정안을 상정했다. 결국 정관 개정안은 주총을 통과했고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소송을 제기해 최종 승소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지난해 삼성물산 외에도 삼성SDI, 삼성화재 지분도 약 1%씩 사들여 지분매입 목적을 두고 여러 말이 나돌기도 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 외에도 한국과 인연도 적지 않다. 한국투자공사(KIC)가 2010년 5천만 달러를 엘리엇매니지먼트에 투자한 적이 있다.

또 최근에는 대우조선해양 비리 관련 박수환 뉴스컴 대표가 로비와 특혜성 일감 의혹 관련 수사를 받으서 지난해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언론창구를 맡았던 점이 부각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 한국 재벌그룹 취약한 지배구조에 경종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로서 악명도 높지만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반대 과정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한국 재벌그룹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그대로 드러났고 이는 제2, 제3의 엘리엇사태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경종을 울린 것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번에 삼성전자 기업분할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놓으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것도 사실상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 입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맞춰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반대의 상황과 다르게 ‘달콤한’ 제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의 중대 의사결정과 관련해 목소리를 낸 것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전형적 수법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번에 삼성전자에 30조 원의 특별배당을 요구한 데서도 확인된다.

국내기업들 가운데 기업경영에서 외국계 헤지펀드가 적극 개입한 사례는 2000년대 들어 심심치 않게 일어난 적이 있다.

기업사냥꾼으로 불리기도 했던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은 2006년 KT&G 지분 6.59%를 확보하고 주주자격으로 이사회에 참석해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영국계펀드 헤르메스는 2004년 삼성물산 주식 5%를 확보한 뒤 우선주 소각을 요구하며 공세를 펼쳤고 주가가 오르자 지분을 모두 팔아 300억 원의 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헤르메스는 지난해 7월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5% 넘게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단순투자 목적이 아닌 경영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돌기도 했다.

자산운영사 소버린이 SK 주식 14.99%를 확보해 SK그룹 계열사 정리와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한 사례도 유명하다.

금융시장 개방 이후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주주친화정책과 지배구조 개선요구 등 경영참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때마다 이를 막기 위한 이른 ‘포이즌 필’ 제정의 필요성이 재계 안팎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자 측에서 특정 기업의 주식을 일정 비율 이상 얻을 경우 그 기업의 이사회에서 다른 주주들에게 주식을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하는 제도다.[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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