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승승장구하던 엔비디아 주가가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서학개미(미국증시 투자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 역시 중동지역 지정학적 위험 고조와 기준금리 인하 시기의 후퇴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인데 월가에서는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엔비디아를 향한 강한 믿음을 이어가고 있다.
▲ 엔비디아의 월가 목표주가 평균이 최근 1천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주가는 최근 2거래일인 12일과 15일 각각 2.68%, 2.48% 하락하면서 900달러대에서 860달러대까지 내려앉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열기에 힘입어 지난해부터 주가 상승을 유지하던 엔비디아는 이달 들어 하락 마감하는 거래일이 많아지면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반도체 과열 우려에 더해 최근 이스라엘-이란 분쟁으로 중동정세가 악화하자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약해지면서 엔비디아 주가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미국증시 개별종목 가운데 엔비디아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올해 들어 전날까지 약 542만 달러(약 76조 원)를 순매수하면서 테슬라(약 459억 달러)보다도 많이 담았다.
중동정세가 추가로 나빠져 주식시장 투자심리가 더 얼어붙으면 엔비디아 투자자들도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월가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에 굳건한 믿음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열 우려 속에서도 월가 증권사 다수가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1천 달러 이상으로 높여 잡고 있다.
최근 UBS는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800달러에서 1100달러로 크게 상향조정했으며 트루이스트(911달러->1177달러), HSBC(880달러->1050달러), BoA(925달러->1100달러)도 엔비디아 주가가 향후 1천 달러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 결과 현재 엔비디아의 월가 목표주가 평균치는 1001.68달러로 지난달 초(약 750달러)보다 약 33% 증가했다.
미국 매체 인베스터스비즈니스데일리는 15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900달러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며 주식 보유자들은 출구 전략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며 “그러나 차트 분석 등을 종합하면 매도는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고 바라봤다.
월가가 엔비디아를 긍정평가하는 배경에는 AI 반도체산업에서 향후 독점적 지위를 더욱 단단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AI 반도체 신제품인 '블랙웰(Blackwell)' 출시를 앞두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티모시 알쿠리 UBS 연구원은 “블랙웰이 출시되면 엔비디아에 전세계의 수요가 몰려들 것”이라며 “미국의 거대 클라우드사들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는 블랙웰 기대감을 담아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매출이 올해 671억 달러에서 2027년 1190억 달러로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향후 예정된 이벤트들도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대만의 가전박람회인 컴퓨텍스타이페이가 오는 6월2일 예정돼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대만계 미국인이다. < COMPUTEX TAIPEI > |
아티프 말릭 씨티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가 실적발표와 대만 가전박람회인 컴퓨텍스타이완 행사를 거치면서 상승동력이 생겨날 것이다”며 “향후 90일 동안 투자자들은 긍정적 시선으로 엔비디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컴퓨텍스타이완(타이페이국제컴퓨터전)은 올해 6월2일 개최되는데 엔비디아는 이곳에서 기조발표를 한다.
이 밖에 미국 금융투자매체 모틀리풀이 ‘지금 당장 엔비디아를 매수해야 하는 2가지 이유’를 전날 발간하는 등 월가에서는 엔비디아 긍정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개별 상황은 좋더라도 중동지역 상황 변화나 기준금리 인하 등 거시경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 최근 들어 하락했다지만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70% 이상 올랐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