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최근 글로벌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탈탄소 계획을 축소한 화석연료 기업들을 비판했다. 사진은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 < Flickr > |
[비즈니스포스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환경운동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화석연료 기업들의 탈탄소 계획 축소를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말 미국 대선에서 당선돼 기후대응 정책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15일(현지시각) 앨 고어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화석연료 기업들은 플라스틱 생산을 늘리면서 탄소포집 기술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말도 안 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3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콘퍼런스(CERAWeek Energy Conference)에 참석한 글로벌 화석연료 기업 다수가 탈탄소 목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을 지적한 것이다.
아민 알 나세르 사우디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우리는 화석연료 퇴출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앨 고어는 “나는 화석연료 기업들이 처음부터 기후대응에 진심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원유 수입이 줄었을 때 시장 공백을 이용해 생산을 늘리며 큰 이득을 봤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은 고수익을 경험한 투자자들로부터 더 큰 이익을 내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탄소감축 목표를 포기하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앨 고어는 결국 화석연료 퇴출을 위해 기업의 자율성에 의존하는 대신 관련 사업 보조금을 없애고 탄소세를 물리는 등 강력한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와 영국 등이 도입을 앞두고 있는 탄소국경세가 효과적인 정책의 예시로 꼽혔다.
▲ 15일(현지시각) 뉴욕시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미국 정부 기후정책의 연속성 보장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연말 미국 대선에 출마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의 기후대응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공약을 앞세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앨 고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조가 11월쯤 완화되고 미국 고용시장이 회복돼 조 바이든 대통령 재선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앨 고어는 자신이 정치 전문가라고 자부하지 않으나 오랜 정치 경험을 기반으로 생각해봤을 때 바이든 대통령이 선택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다만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기후 대응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언급이 이어졌다.
앨 고어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장치, 그린수소, 순환경제 등은 이미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기후위기를 해결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 않다”며 “백악관에는 이런 모멘텀을 강화할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기후대응 강화를 주장하는 진영과 화석연료 진영의 대립을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했다.
정치적 로비 능력과 자금이 부족한 기후대응 진영과 달리 화석연료 진영은 표면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앨 고어는 “우리는 3천 명이 넘는 다윗이 뭉쳐 있는 것과 같고 이를 세계로 확대하면 몇백 만 명까지 늘어난다”며 “(기후와 관련된) 단체의 활동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가장 큰 풀뿌리 운동에 해당하며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풀뿌리 운동은 권력을 가지지 못한 시민 등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행동을 주도하는 일을 말한다.
앨 고어는 “인류는 욕심과 이기심 등 많은 한계와 취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언젠가는 법과 정책 결정권을 독점한 화석연료 진영의 시대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