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이 내년 초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새 주인을 찾기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덩치를 소화할 만한 자금력과 경영능력을 갖춘 매수주체가 마땅히 없는 탓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내년 초에 공고를 내고 매각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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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민 대우건설 사장이 지난 8월23일 서울 대우건설 사옥에서 열린 대표이사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마친 뒤 임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
산업은행은 당초 대우건설의 주가를 부양한 뒤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자칫 적절한 매각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매각시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2010년 ‘KDB밸류 제6호’ 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인수했고 이를 펀드 만기인 2017년 10월까지 팔아야 한다.
그러나 대우건설 지분이 실제 매각되기까지 갈 길이 멀 것으로 보인다.
장문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일 “대우건설의 규모와 건설업황 등을 고려할 때 국내외에서 적절한 매수주체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주가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50.75%의 단순 지분가치만 1조3천억 원이 넘는다.
대우건설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부침을 겪으면서도 국내 건설업계 강자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올해 건설업 시공능력평가에서 삼성물산, 현대건설, 포스코건설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대우건설의 브랜드 아파트 푸르지오는 2010년부터 7년째 국내 주택공급 1위를 차지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 9조9357억 원, 영업이익 3434억 원을 거뒀다. 올해 예상되는 매출은 11조 원 안팎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가 언제 꺾일지 알 수 없고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도 매우 부진하다”며 “국내 건설업 자체의 성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건설을 인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건설과 부영그룹, 호반건설 등이 대우건설 인수후보로 거명되지만 아직까지 인수의사를 나타내는 기업은 없다.
해외매각 가능성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매각의 경우 기술유출에 대한 업계 안팎의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을 당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자베즈파트너스가 중동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를 주요 투자자로 끌어들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기술유출과 관련해 한 차례 홍역에 시달리기도 했다.
중소형 건설회사가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나서는 방안도 제기되지만 역시 대우건설을 품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건설은 1973년 설립돼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넘어갔다. 그 뒤 2003년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에 안겼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당시 치열한 경쟁 끝에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로 재계 순위 11위에서 단번에 8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로 그룹이 해체 직전까지 몰리는 등 혹독한 승자의 저주를 겪었다. 대우건설 인수에 6조4천억 원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은 데다 얼마 지나지 않아 4조 원을 들여 대한통운까지 인수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9년 6월 결국 대우건설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채권은행이던 산업은행은 그룹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대우건설을 인수했다. 산업은행은 사모투자전문회사(PEF)에 전액출자하는 방식으로 대우건설 지분을 매입했다. 이때 설립된 회사가 KDB 밸류 제6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