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M&A 매물로 소프트웨어와 모바일 기업을 살펴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전 세계에 깔린 LG전자 가전 제품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새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찾고 있다.
LG전자는 아직 경쟁 우위가 약한 플랫폼을 강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나 모바일·웨어러블 기업의 인수합병(M&A)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LG전자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조주완 사장이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플랫폼을 새 성장동력으로 제시한 만큼, 차기 인수합병 기업 대상은 이와 관련한 분야에서 이뤄질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몇년 동안 로봇업체 인수와 지분 투자에 초점을 맞춰왔다.
올해 3월12일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인 베어로보틱스에 6천만 달러(약 800억 원)를 투자해 지분을 취득하는 신주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3월26일에는 지분 7.22%를 보유한 엔젤로보틱스가 코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아크릴·로보티즈·보사노바로보틱스 등 다양한 로봇업체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로보스타는 지분 33.4%를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하기까지 했다.
로봇은 미래 성장성이 매우 밝은 분야이지만, 아직까지 의미 있는 수익 창출이 쉽지 않은 사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다음 인수합병·투자로는 기존 LG전자가 보유한 강점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플랫폼은 LG전자가 이제 막 수익을 내기 시작한 분야다.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2024년 3월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제 22기 정기 주주총회의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 LG전자> |
2023년 스마트TV에 탑재되는 운영체제(OS)인 웹OS 광고 콘텐츠로만 약 7500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올해는 매출 1조 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TV 사업 경쟁이 심화하고 있으나, 웹OS 중심 플랫폼 사업의 이익을 통해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조주완 사장은 TV를 넘어, 전 세계에 7억 대에 달하는 LG전자 기기를 플랫폼으로 활용해 서비스 매출을 확대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 주총에서 “매년 LG전자가 판매하는 제품 수가 1억대가 넘는다. 제품 수명주기가 7년인 점을 고려하면 7억 대 정도가 전 세계에 깔려 있는 것인데, 이 7억 대를 모수로 삼아 플랫폼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아직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확장현실(XR) 신사업에서 메타와 전략적 협력을 구축하려는 것도 XR 소프트웨어인 ‘메타 퀘스트 운영체제(OS)’를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모든 기기에서 플랫폼 사업을 펼치려면 결국 자체 운영체제가 요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LG전자가 인수합병을 통해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바일·웨어러블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수익성은 개선할 수 있었지만, 플랫폼 사업의 원천이 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라는 핵심 툴을 포기해야 했다.
플랫폼은 연결 기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LG전자로선 뼈아픈 부분이다.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왼쪽),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 부회장이 2024년 2월28일 확장현실(XR) 신사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적 협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LG전자 > |
이에 따라 LG전자는 XR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동시, 향후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를 개발하는 기업 인수도 관심 있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애플 디자이너 출신 부부가 창업한 ‘휴메인’은 지난해 11월 옷깃에 붙일 수 있는 AI핀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 스타트업 ‘래빗’은 올해 1월 AI핀과 비슷하지만, 2.88인치의 작은 화면까지 갖춘 기기를 출시해 하루 만에 1만 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플랫폼을 강화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면서 내부 연결기기 부재에 대한 아쉬움도 크다”며 “이를 고려하면 모바일 기기 업체 인수 타진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