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자본잠식 상태에서 건져내기 위해 '감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전직 경영진의 비리혐의 등에 따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에서 상장폐지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하지만 올해 연말까지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증권시장에서 즉시 상장폐지될 위기를 여전히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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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우선 감자한 뒤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해 대우조선해양을 상장폐지 위기에서 건져낼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은 30일 “채권단과 긴밀한 공조 및 협의를 통해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6월 말 별도기준으로 자산 15조5947억 원, 부채 16조8231억 원, 자본 –1조2284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올해 말까지 자본잠식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거래소 상장규정에 따라 즉시 상장폐지된다.
대우조선해양은 8월 중순에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증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앞서 감자를 추진해 자본금 총액을 줄이는 작업부터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감자는 자본금의 총액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경영난에 처한 기업이 구조조정을 진행할 때 자본확충에 앞서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감자를 통해 결손금을 감소시킨 뒤 출자전환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감자를 추진할 경우 대우조선해양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소액주주는 모두 10만8817명으로 대우조선해양 주식의 37.8%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이 겪고 있는 경영위기가 조선업계의 불황 탓도 있지만 전직 경영진들의 방만한 운영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많아 감자를 실시했을 때 소액주주들의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은 이런 점을 고려해 대주주와 소액주주들의 감자규모를 다르게 결정하는 차등감자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등감자란 경영에 책임이 큰 최대주주 등 대주주의 지분을 소액주주들의 지분보다 많이 감자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차등감자를 실시할 경우 산업은행이 보유한 자산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산업은행은 현재 대우조선해양의 지분을 49.7% 보유하고 있는데 차등감자를 통해 대주주의 지분이 줄어들 경우 산업은행의 자산도 감소하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차등감자를 할 경우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말까지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 때 10월 안에 주식을 감자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사안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감자에 관한 안건은 주주총회에서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49.7%의 지분을 보유한 산업은행의 의사결정에 따라 감자가 확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