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기자 taeng@businesspost.co.kr2024-03-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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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일본은행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초완화적 금리정책을 폐지하면서 일본증시의 상승세가 한 풀 꺾이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본 증권가에서는 통화당국의 정책 변화가 오히려 닛케이지수에 긍정적이라 평가해 '일학개미'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다.
▲ 일본은행이 14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일본증시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일본은행은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며 통화정책에 변화를 줬다.
구체적으로 보면 -0.1%로 유지하던 단기 금리를 0.1.%로 상향조정했으며 장기금리 상한선을 1%로 제한하던 조치도 폐지했다.
일본은 1990년 버블 이후 지속된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 주요국들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에도 홀로 초저금리를 고수해왔다.
특히 최근 들어 초저금리 정책이 어느정도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주요국들과의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진 결과 엔화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며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된 것이다.
일본증시도 이에 반응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닛케이 지수는 28%가량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22%가량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초저금리로 인해 수입 물가가 치솟으며 일본 서민들의 소득수준이 낮아진 점, 장기금리를 낮추기 위해 일본은행이 국채를 대량 매입하면서 이자부담이 높아진 점 등으로 올해 초부터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이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일본증시가 초완화 금리정책에 힘입어 상승했던 만큼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증시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투자자들은 우려했다.
그러나 금리인상 단행 이후에도 닛케이지수가 연일 상승마감하자 일본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금리정책 변화가 호재라며 장밋빛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일본 금리정책의 불확실성이 제거됐다’,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변경하긴 했으나 강도 높은 긴축은 아니라는 점이 주식시장에 긍정적’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 노무라증권은 일본은행의 통화완화책 폐지가 오히려 금리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함으로써 증시에 긍정적인 거라 평했다. 사진은 일본 도쿄에 위치한 노무라증권 본사. <위키백과>
노무라증권의 오바타 슈이치 연구원은 “10월 중 한 차례 0.25%포인트의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나 일본은행이 당분간은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해 나가겠다 밝힌 점에서 금리정책의 불투명성이 사라졌다”며 “이는 일본증시에 긍정적 요인이며 앞으로도 엔저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고 말했다.
마넥스증권의 히로키 타카시 수석 전략가도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에도 일본은행이 당분간 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 밝힌 점이 증시를 안심시키고 있다”며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고 있는 일본 경제에 있어 긍정적 신호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달부터 일본증시가 다시 상승세를 시작할 것”이라며 “4월은 통상적으로 외국인이 매수 우위를 보이는 달이며 기관투자자도 일본증시를 점점 긍정적으로 보고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세종(Saison)신탁의 테츠오 세시모 멀티매니저 운용부장은 “마이너스 금리는 해제됐지만 금리가 꾸준히 상승한다는 뜻은 아니므로 전체 일본 증시에 있어 긍정적인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미국 등 외국 증권업계에서는 일본 증시 상승세가 이보다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모닝스타의 로레인 탄 연구원은 “일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긴 할 것이나 엔이 빠르게 강세로 돌아설 경우 증시의 상승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씨티은행도 “일본은행이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하겠다 한 점은 일본증시에 단기적으론 긍정적이다”면서도 “그러나 닛케이가 4만1천 포인트를 달성한다면 금리인상 정책에 맞물려 빠르게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내려섬)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그 이유로 “닛케이가 4만1천 이상을 넘기려면 국내 수요의 회복, 물가상승세의 지속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러한 징조는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