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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 상장 3년 만에 경영권 매각, 문혁기 수제맥주 성공신화 '물거품'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3-19 15: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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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가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한 지 3년 만에 경영권을 넘겼다.

상장할 때만 해도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로 성공 신화를 쓰겠다는 의지가 강했지만 결국 결실을 보지 못한 셈이다.
 
제주맥주 상장 3년 만에 경영권 매각, 문혁기 수제맥주 성공신화 '물거품'
▲ 제주맥주가 코스닥 상장 3년 만에 경영권을 넘긴다. 사진은 제주맥주 창업자인 문혁기 대표이사.

19일 제주맥주는 공시를 통해 경영권을 서울 성수동에 있는 자동차 수리 및 부품유통 기업 '더블에이치엠'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맥주는 2021년 5월 코스닥에 상장한 수제맥주 기업이다.

2015년 2월 법인을 처음 설립한 뒤 단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지만 이익미실현기업 상장 제도인 테슬라요건을 활용해 기업공개에 성공했다.

코로나19에 따른 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집에서 수제맥주를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었다는 점이 제주맥주의 코스닥 입성에 큰 몫을 했다.

기업공개 당시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대표 제품인 제주위트에일을 통해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던 것이 자신감의 배경이었다.

제주위트에일을 처음 출시했던 2017년 매출은 17억 원이었는데 2018년 75억 원으로 급성장한 데 이어 2020년에는 216억 원까지 가파르게 늘었다.

제주맥주가 개발한 주요 제품이 론칭 3년 만에 전국 5대 편의점에 모두 들어갔을 정도로 소비자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20년 7월 제주맥주를 예비유니콘 특별보증 지원 프로그램의 대상 기업으로 선정한 데도 이런 이유들이 작용했다.

예비유니콘 특별보증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K-유니콘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유망 스타트업만 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 대표가 상당 당시 매우 공격적인 포부를 밝힌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뜻이다.

문혁기 대표는 2021년 5월 상장을 앞두고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코스닥 시장 상장을 계기로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양조장 설비 및 인력 투자를 바탕으로 국내 4대 맥주회사로 자리 잡겠다”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확보한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 기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목표는 더욱 컸다. 제주맥주는 상장 과정에서 2025년까지의 추정 실적을 증권신고서에 적어냈는데 상장 첫 해인 2021년에 흑자로 돌아선 뒤 상장 2년 만인 2023년에 매출 1천억 원을 넘기겠다고 했다.

당시 제주맥주가 밝혔던 목표는 3년 동안 매출이 연평균 45%씩 성장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구체적 계획을 공유하진 않았지만 그만큼 내부적으로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였다.

제주맥주는 2020년 영업손실 44억 원을 냈는데 2021년에는 72억 원, 2022년에는 116억 원으로 늘어나기만 했다. 2023년에도 영업손실 110억 원을 보며 2년 연속 100억 원대 적자에 빠졌다.

그나마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제주맥주 매출은 2020년 216억 원에서 2021년 288억 원으로 늘었지만 2022년에는 240억 원으로 후퇴했으며 2023년에도 225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하이볼과 위스키 등으로 주류 트렌드가 변화한 탓에 수제맥주의 성장세가 둔화한 것이 제주맥주에 큰 타격을 줬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2021년까지만 해도 급성장했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42%였다.

하지만 수제맥주의 주요 판매처인 편의점에서 수제맥주의 인기는 급격히 식기 시작했다. 편의점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의 2022년 수제맥주 매출 신장률은 각각 60.1%, 76.6%, 65%로 2021년 매출 신장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제주맥주 상장 3년 만에 경영권 매각, 문혁기 수제맥주 성공신화 '물거품'
▲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이사는 결국 수제맥주 시장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사진은 제주맥주의 무알콜맥주 제주누보. <제주맥주>

문혁기 대표가 제주맥주의 실적을 방어하기 위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해장국 전문 체인점 달래해장을 운영하는 달래에프앤비를 인수하려고 시도하기도 했고 라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새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무알콜맥주의 인기에 발맞추기 위해 제주누보라는 신제품도 출시했다.

신제품 출시에도 재무 여건이 악화하자 지난해 7월부터는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전체 임직원의 40%에 대한 희망퇴직 절차를 밟기도 했으며 문 대표 자신은 급여 전액을 반납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제맥주 시장의 불황 속에서 제주맥주의 상황을 반전하는 데는 실패했던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는 미국 유학 이후 외식사업을 하던 중 뉴욕 유명 양조장의 맥주를 맛본 뒤 수제맥주 창업에 뛰어든 인물이다.

한국의 수제맥주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위해 미국에서 수제맥주 생산 시스템을 확립한 업체로 평가받는 브루클린브루어리를 3년 동안 설득해 제주맥주의 모회사인 엠비에이치홀딩스를 합작회사 형태로 세웠다.

제주맥주는 5월8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인원변경 안건을 처리해 창업자인 문 대표를 대신할 새 경영진 체제를 구축한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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