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SMC와 인텔의 미국 반도체공장 건설 및 가동 일정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인텔>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과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가동 시점이 예상보다 더 늦춰질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협력사들이 잇따라 투자 일정을 조정하거나 일시 중단하면서 공장 운영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19일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TSMC와 인텔의 협력업체 가운데 최소 5곳이 미국 애리조나에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시점을 미루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 필요한 화학소재를 제조하고 공급하는 협력사 5곳은 애리조나에 부지를 확보해 일제히 대규모 투자에 나설 계획을 두고 있었다.
TSMC와 인텔이 애리조나 공장 가동을 시작하면 자연히 필요로 하는 소재 물량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이들은 현재 투자 일정을 대폭 축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등 계획에 큰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SMC와 인텔의 반도체 공장 건설 일정이 불투명해졌다는 점이 이들의 계획 변동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언급이 이어졌다.
미국 내 공장 건설에 필요한 인력 부족과 인건비 및 건축자재 비용 상승도 이유로 꼽힌다.
TSMC는 애리조나에 모두 400억 달러(약 53조6천억 원)를 들여 첨단 파운드리 공장 2곳을 신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제1 공장 가동 시점을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늦췄고 제2 공장 착공에 들어가는 시기도 분명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인텔도 200억 달러 가량을 들여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려 했으나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늦어진다는 이유로 계획이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시사해 왔다.
주요 협력사들이 현지에 투자를 늦추기로 한 것은 결국 TSMC와 인텔 공장이 모두 처음 예정됐던 시점에 가동을 시작하기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12월6일 TSMC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장비 반입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협력업체 가운데 한 곳인 LCY케미컬은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미국에 공장 설립을 서두르는 대신 경제성을 고려해 당분간 미국으로 관련 소재를 수출해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TSMC와 인텔이 결국 애리조나 반도체공장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어 현지에 생산공장을 건설할 만큼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아는 조사기관 테크셋의 분석을 인용해 “다수의 소재 공급사들은 본격적인 수요가 발생하기도 전에 지나치게 공장 건설을 서두르는 일을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시행에 따라 TSMC와 인텔, 삼성전자 등 대형 파운드리 업체의 미국 공장 투자에 대규모 보조금 지급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아직 보조금 지급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고 지원금 액수도 반도체기업들의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TSMC와 인텔의 반도체 공장 투자 일정 변동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도 큰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이들보다 먼저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며 수요를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을 신설하고 있는데 이미 인근의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장기간 운영해 와 화학소재와 같은 공급망을 대부분 이미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예정대로 올해 말부터 시작하려 했지만 최근에는 반도체 양산 시점이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이른 시일에 보조금 지급 계획을 확정해 발표한다면 다시 반도체기업들의 공장 투자 절차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닛케이아시아는 소재 협력사들의 공장 건설에 필요한 시간이 반도체 생산공장과 비교해 짧은 만큼 이들이 고객사의 움직임을 보고 투자를 재개해도 충분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인텔, TSMC가 처음 미국 공장 설립을 발표한 뒤 물가 상승세가 본격화돼 비용 부담이 상당해진 만큼 투자 계획에 어느 정도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