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통장’으로 각광받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낮은 수익률 등의 문제로 출시 4개월 만에 1천억 원 이상 해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 및 투자금액 현황’에 따르면 은행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만들었다가 해지한 고객은 7월 기준으로 7만5천 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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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 지 4개월 만에 1천억 원 이상 해지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사진은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3월22일 서울 중구 금융위 기자실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뉴시스>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3월에 출시된 뒤 7월 기준으로 누적 가입자 222만6천 명을 기록했는데 3.4%가 계좌를 해지한 셈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고객들이 계좌를 해지하고 돌려받은 투자금도 1017억 원에 이르렀다. 3~7월에 누적된 투자금 1조9743억 원 가운데 5.2% 수준이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은행이나 증권사의 계좌 하나로 여러 금융상품을 종합관리하는 상품이다. 상품의 운용방법을 소비자가 직접 고르는 신탁형과 상품의 운용을 금융회사에서 제시한 모델포트폴리오(MP)에 맡기는 일임형으로 나뉜다.
은행에서 해지되지 않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운데 127만 좌(59.4%)가 계좌잔액 1만 원 이하인 ‘깡통계좌’로 파악됐다. 계좌잔액 10만 원 이하를 살펴보면 80.6%에 이른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신규 가입금액을 살펴보면 4~6월에 4천억 원대를 유지하다가 7월에 1942억 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해지금액을 보면 4월 97억 원에서 7월 418억 원까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박용진 의원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서민들의 재산을 늘리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상품은 현재 적금보다 못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 4곳은 상반기 기준으로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운용하기 위해 구성한 모델포트폴리오 34개 가운데 12개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3곳의 경우 모든 모델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이 1%를 밑돌았다.
증권사들은 은행보다 비교적 선방하고 있지만 평균 수익률로 따지면 상반기 기준 0.92%에 불과하다. 해외채권형 펀드(2.98%), 국내채권형 펀드(1.09%) 등에 밀린다.
수익률 공시오류와 불완전판매 논란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의 잇따른 해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은행과 증권사 19곳은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에 쓰이는 모델포트폴리오 150개의 수익률을 공개하고 있는데 기업은행, 삼성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7곳이 8월 기준으로 모델포트폴리오 47개(31.3%)의 수익률을 실제와 다르게 공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들은 5월 기준으로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고객 29만 명에 대해 투자성향분석을 하지 않았다. 은행과 증권사들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고객을 대상으로 투자경험을 파악하고 원금손실의 감수 여부를 묻는 투자성향분석을 반드시 해야 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가 2013년 초에 출시돼 ‘반짝 인기’를 끌었다가 금세 가라앉았던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쪽 모두 세제혜택을 내세우고 금융위에서 상품 출시를 선제적으로 추진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재형저축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직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총선을 앞두고 출시돼 정부의 입김이 많이 닿았다”며 “재형저축이 사실상 실패하면서 정부의 전시행정 사례로 지적됐는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도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