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 수입처 다변화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수입처가 다양해지면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유가 변동에 대처하기 쉬워지는 데다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
28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GS칼텍스는 파나마운하 개통에 따른 운송비 절감 등을 고려해 11월부터 미국 이글포드에서 생산된 원유 100만 배럴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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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 |
미국은 올해 초 40년 만에 처음으로 원유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1차 석유파동 이후 1975년부터 원유 수출을 금지했으나 최근 셰일오일 생산 등으로 산유량이 급증하자 지난해 말 수출금지를 해제했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나마운하 개통으로 원유 운송 소요일이 크게 단축되는 등 운송비 절감으로 미국산 원유 도입의 경제성이 커졌다”며 “대주주인 쉐브론과 관계를 고려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는 데 대한 대안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이란의 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이란산 원유 수입량도 대폭 늘어났지만 GS칼텍스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GS칼텍스의 지분 절반을 미국의 석유회사 쉐브론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대신 지난해 24년 만에 멕시코산 원유를 들여오는 등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수입처 다변화는 정유업계의 일반적 추세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들어 이란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렸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이란산 원유의 누적 수입량은 모두 5723만여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나 늘어났다. 이는 전체 원유 수입량의 9.3%로 이란이 경제제재를 받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이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가 수입한 물량이다.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아람코가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인 탓에 이란산 원유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이란산 원유는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성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이란산 원유 상당량이 컨덴세이트(초경질원유)다. 컨덴세이트는 이란이 가세하기 전까지 카타르가 국내 공급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해왔다.
이란이 독점구도를 깨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 컨덴세이트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란은 원유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 공격적 가격정책을 펼쳤다. 올해 이란산 컨덴세이트 가격은 카타르산보다 배럴당 5달러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체 원유 수입량 가운데 이란산 원유의 비중이 10%까지 확대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영업이익은 1200~1800억 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산 원유 수입량도 늘어나고 있다. 2011년 아프리카에서 수입한 원유는 약 277만2천 배럴이었지만 지난해 2313만8천 배럴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이미 지난해 전체 수입량의 절반가량을 들여왔다.
그러나 여전히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산 원유의 비중이 높다는 점은 위험요인으로 지적된다. 이 국가의 정치상황이 불안정한 만큼 시장도 늘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2014년 배럴당 100달러 수준이었다가 6개월 만에 40달러대까지 떨어지면서 SK이노베이션은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내는 등 국내 정유사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