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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롯데그룹이 ‘오너공백’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롯데그룹으로서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데 그룹 경영권이 일본인 주주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26일 검찰과 롯데그룹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이 이날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내심 불구속기소를 기대했던 롯데그룹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아직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남아있기 하지만 만약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롯데그룹은 1967년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그룹 컨트롤타워 부재’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롯데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신 회장의 구속으로 한일 롯데의 ‘원톱’ 구심점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롯데그룹에서는 신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끌어 갈 사람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8월 말 법원으로부터 한정후견 판정을 받았고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2015년 1월 주총에서 이사직에서 해임된 바 있기 때문에 복귀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렇다고 전문경영인을 내세울 처지도 못 된다.
오너일가를 대신해 그룹의 안방 살림을 챙겨왔던 ‘2인자’ 이인원 정책본부장(부회장)은 최근 검찰수사를 앞두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신 회장의 핵심측근으로 꼽히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도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재계 일각에서 신 회장이 구속되면 일본롯데홀딩스가 주총을 열어 신 회장의 대표 해임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신 회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 단독대표 체제가 되면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일본롯데홀딩스의 경영권이 일본인 경영진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지분구조로 볼 때 한국롯데가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본 롯데의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신 전 부회장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쓰쿠다 사장이 사업실패를 빌미로 나를 밀어냈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 말이 맞다면 쓰쿠다 사장이 일본롯데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쓰쿠다 사장이 광윤사 등을 통해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3분의 1가량을 보유한 신동주 전 부회장보다 롯데홀딩스 직접 지배력이 거의 없는 신동빈 회장을 택한 것도 결국 스스로 영향력을 보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바라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대표이사가 비리의혹에 연루됐을 때 스스로 사임하거나 주총 등에서 해임하는 문화가 일반적이어서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 신 회장에 대한 일본인 주주들의 신뢰는 여전하기 때문에 그룹 경영권이 실제 일본으로 넘어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쓰쿠다 사장 등이 주총에서 신 회장에 대한 해임을 시도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 장치’가 없다는 점이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법원에서 신 회장에 대한 영장발부를 기각하기를 기대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