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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페이지와 팀 쿡의 '14조달러 사물인터넷 전쟁'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7-31 21: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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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리 페이지와 팀 쿡의 '14조달러 사물인터넷 전쟁'  
▲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팀 쿡 애플 CEO

‘포스트 스마트폰’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글로벌 IT기업들은 사물인터넷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 시장을 점령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구글과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기업들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참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간을 연결하는 융합플랫폼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여러 기기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선점하는 기업이 사물인터넷시대를 이끌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선두에 서있는 기업은 구글과 애플이다. 사물인터넷이 아직까지 사람을 거치고 그 중심에 모바일이 있는 만큼 모바일시대의 두 강자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에서 사물인터넷으로 전선만 옮겨졌을 뿐 전쟁의 주체도, 사용하는 전략도 비슷하다. 두 기업은 최근 공격적으로 사물인터넷 관련 기업을 사들이고 있다.

다만 전쟁을 이끄는 두 수장의 속내는 다르다.

래리 페이지 구글 CEO에게 사물인터넷은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혁신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팀 쿡 애플 CEO에게 사물인터넷은 생존은 물론 애플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요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 14조4천억 달러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

구글과 애플은 지난 6월 잇달아 개발자회의를 열었다. 두 기업이 개발자회의에서 제시한 궁극적 지향점은 거의 같다. 바로 ‘통합’과 ‘연결’, 그리고 ’플랫폼’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스마트폰 이외에 다른 모든 곳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구글이 공개한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IT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자동차를 위한 ‘안드로이드 오토’를 비롯해 웨어러블 기기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웨어’, 스마트 TV를 위한 ‘안드로이드 TV’를 한꺼번에 선보였다. 


선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은 “우리가 만드는 것은 거대한 오픈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의 수많은 파트너들과 함께 수십억 고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래리 페이지와 팀 쿡의 '14조달러 사물인터넷 전쟁'  
▲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
어느 곳에나 구글이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애플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대회에서 스마트홈 플랫폼인 ‘홈킷’을 발표했다. 홈킷은 아이폰을 이용해 집의 온도와 조명, 출입문, 각종 가전을 원격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애플은 그동안 애플만의 소프트웨어와 기기를 강조하는 폐쇄적 정책을 고집해 왔다. 그런데 스마트홈사업에서 하니웰, 필립스 등 다양한 전자업체들과 협력에 나설 뜻을 밝혔다.

스마트폰과 다른 전자기기들은 그동안 운영체제가 달라 서로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플랫폼전쟁의 양대 강자인 애플과 구글이 모바일을 비롯한 각종 운영체제를 좀 더 긴밀하게 융합하면서 사정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IT전문 매체인 아스테크니카는 두 기업의 최근 움직임을 ‘생태계 속박(ecosystem lock-in)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다른 전자업체들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는 두 기업의 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의 네트워크 통신회사 시스코는 2020년에 20억 명 이상의 사람과 370억 개 이상의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고 전망했다. 이런 변화가 가져다 줄 경제적 가치는 10년 동안 (2013년~2022년) 14조4천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 엄청난 시장을 구글과 애플은 선점하려고 하는 것이다.

◆ 구글 인재 1인당 100억 원 투자 VS  애플 사상 최고 인수합병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올해부터 무서운 기세로 다른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에릭 슈미츠가 이끌던 시절 구글은 시장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SNS기업에 주도권을 뺏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래리 페이지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모든 상상력을 발휘하며 사물인터넷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래리 페이지는 2011년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업계는 그의 복귀를 일컬어 ‘왕의 귀환’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창업초기 구글을 최대 IT기업으로 만들었던 때처럼 공격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섰다. 래리 페이지의 벤처정신과 구글의 자금력이 더해져 인수합병의 힘이 세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지난 1월 32억 달러를 들여 네스트를 인수했다. 네스트는 실내 온도조절장치 회사로 구글 사물인터넷사업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래리 페이지는 연매출 3억 달러의 네스트를 매출의 10배에 이르는 값으로 사들였다. 그가 큰 돈을 들여 네스트를 인수한 것은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인수를 통해 300명에 달하는 사물인터넷 분야 최고 엔지니어를 1인당 100억 원에 사들였다는 것이다.

네스트는 또 지난달 인터넷 감시 카메라 전문업체 ‘드롭캠’을 5억5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드롭캠은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스마트폰으로 감시할 수 있는 가정용 CCTV로 유명하다.

스티브 잡스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미국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차이나모바일에 아이폰을 파는 것과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한 것 중 어느 쪽이 더 큰 거래 같냐”는 질문을 받자 주저 없이 “구글”이라 대답했다. 그만큼 혁신적 행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올해 인수합병 건수가 창사 이래 최대가 될 것으로 본다. 구글은 올 상반기 인수합병에 42억 달러를 썼다. 구글이 진행한 인수합병은 올 7월까지 23건에 이른다. 지난해 18건, 2012년 12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인수합병이 많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플도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구글을 바짝 쫓는 중이다.

팀 쿡은 최근 애플 역사상 최대규모의 인수합병인 비츠 인수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 사물인터넷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에서 이 회사의 헤드폰을 팀 쿡이 웨어러블 단말기로 발전시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본다.

애플은 이밖에도 지난 1년 동안 지도와 카메라, 음악스트리밍업체들을 인수했다. 지난해부터 전기차업체인 '테슬라' 인수를 검토했다는 말도 나왔다.

애플도 당분간 인수합병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팀 쿡은 “매달 정기적으로 인수할 회사들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가 원하는 회사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래리 페이지와 팀 쿡의 '14조달러 사물인터넷 전쟁'  
▲ 래리 페이지 구글 CEO

◆ 래리 페이지, 꿈을 현실로 바꾸자


“미국의 젊은이들은 오바마가 미국을 바꿀 수 없지만 구글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는 얘기가 있다. 구글에 대한 미국민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말이다.

래리 페이지는 1998년 친구 세르게이 브린과 함께 구글을 만들었다. 주택가의 한 창고에서 시작된 검색엔진 전문기업은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의 85%를 차지하는 모바일시장의 최강자가 됐다.

구글은 래리 페이지가 품었던 대담한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는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사물인터넷도 세상을 바꾸려는 래리 페이지식 혁신의 하나"라고 말한다.

구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 시작한 무인자동차 역시 사물인터넷의 연장선이다. 래리 페이지는 무인자동차가 사람들의 삶을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품고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에 처음 출시됐을 때 다소 우스꽝스럽다는 평가를 들었던 구글 글래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평소 ‘불가능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직원들에게 경쟁사보다 10배 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라고 주문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효율성을 조금 높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구글의 직원들에게 혁신을 위해서 생각을 완전히 다시 하고, 기술적 한계까지 밀어붙일 것을 요구한다.

이런 요구는 구글을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았다.

구글의 한 관계자는 래리 페이지를 설명하며 “타임머신을 발명하면 그 코드를 뽑으며 코드를 없애라는 요구를 할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타임머신이 놀랍지 않아서가 아니라 항상 뭔가 더 할 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래리 페이지를 움직이는 것은 수익이 아니다. 구글의 사훈은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다. 이익이 기업의 최우선가치가 되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실제 그는 수익보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이끌었다.

그가 이메일 서비스시장에 뛰어든 것은 그 좋은 예다. 구글이 단순한 검색회사였을 때 래리 페이지는 핵심사업과 별 연관이 없던 이메일 서비스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 당시 경쟁업체가 제공하는 메일 용량의 100배가 넘는 1기가바이트의 저장용량을 무료로 제공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래리 페이지가 “점진적 개선에만 집중했다면 일어날 리 없었던 혁신”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일찌감치 무인자동차사업에 뛰어들어 벌써 상용화를 검토중이라는 사실과 다른 기업처럼 밴드나 시계 형태가 아닌 구글 글래스로 사물인터넷시장에 뛰어든 것도 래리 페이지의 혁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구글이 사물인터넷시장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평가를 듣는 이유이기도 하다.

래리 페이지는 2012년 CEO 복귀 1년을 기념해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기술에 투자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험이 작은 프로젝트보다 엄청나게 야심찬 목표를 지닌 프로젝트가 진척시키기 더 쉽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최고의 인력은 언제나 가장 큰 도전에 뛰어들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벤처기업의 열정과 정신을 잃지 말자”고 당부했다.

  래리 페이지와 팀 쿡의 '14조달러 사물인터넷 전쟁'  
▲ 팀 쿡 애플 CEO

◆ 팀 쿡, 애플의 미래 생존을 걸다


팀 쿡은 래리 페이지와 다르다. 팀 쿡은 애플의 수장이 된 지 3년이 됐지만 여전히 ‘스티브 잡스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팀 쿡이 애플을 물려받은 후 애플의 주가는 56%나 상승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576억 달러의 사상최대 매출을 거뒀다.

그러나 팀 쿡은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야하는 기로에 서 있다.

잡스가 아이폰으로 보여줬던 혁신을 사물인터넷을 통해 보여줘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시장 선점은 CEO로서 그의 생존이 달린 문제인 셈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1월 ‘팀 쿡은 다음 스티브 발머가 될 것인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포브스는 “팀 쿡이 스마트폰 혁명을 이을 사물인터넷시장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CEO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팀 쿡은 아이폰을 출시하며 중국시장에 진출했고 다양한 인수합병을 하며 잡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그 성과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개발자회의에서 선보인 홈킷은 아직 사물인터넷의 초기단계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세상이 애플에게 바라는 건 잡스식의 직관과 이를 통한 혁명”이라고 말한다. 특히 사물인터넷 시장 초기 팀 쿡이 어떤 비전을 내놓고 어떤 선택을 얼마나 빨리 하느냐에 따라 애플의 생존까지도 좌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브스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모바일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여러 차례 성장 기회를 놓쳤던 스티브 발머가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을 들었다. 그러면서 팀 쿡이 안고 있는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는 곧 출시될 애플의 스마트워치 ‘아이워치’에 쏠려 있다. 아이워치가 팀 쿡의 미래를 어느 정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아이워치를 원격 컴퓨팅이 가능한 플랫폼으로서가 아니라 아이폰 주변기기 정도 수준에서 내놓는다면 실패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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