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 ‘관피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표류중인데 청와대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또 다시 대기업과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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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 |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31일 홈페이지에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외치며 퇴직공무원들의 재취업과정을 심사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7월 한달 동안 심사를 요청받은 27건 가운데 17건의 공직자 재취업을 승인했다.
위원회는 나머지 중 4건에 대해 취업을 제한하고 6건에 대해서 추가조사를 이유로 심사를 보류했다. 이번에 심사를 신청한 공직자 21명은 국방부 6명, 공정거래위원회 3명, 경찰청 3명, 청와대 2명 등이었다.
위원회가 이번에 승인한 공직자 재취업자 명단에 청와대 출신 인사가 둘이나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8월 퇴직한 최순홍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은 LS산전 상근고문으로, 지난해 2월 청와대를 떠난 최금락 전 홍보수석비서관은 법무법인 광장 상임고문으로 재취업해도 된다고 승인받았다.
특히 두 사람은 청와대 출신 고위공직자로서 각각 대기업과 대형로펌에 재취업을 승인받아 정부의 ‘관피아’ 척결의지를 무색케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공직자윤리위원회 관계자는 "청와대 퇴직자도 소속을 근거로 직무관련성 심사를 하지만 정부부처 계약이나 업무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무관련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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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홍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 |
하지만 위원회가 취업을 제한한 4건은 세무서 6급, 국방부 과장 등 직급이 낮은 공무원들이어서 고위공직자와 차별을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위원회가 고위공직자의 재취업은 허락하면서 직급이 낮은 하위공직자들은 취업을 못하도록 막았다는 것이다.
임만규 안전행정부 윤리복무관은 의혹이 불거지자 "이번에 하위공직자가 재취업 승인을 못 받은 것은 직위와 무관하게 업무연관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위원회도 "취업제한 기업을 대폭 확대한 결과 소규모 기업이 심사대상에 포함되면서 빚어진 일"이라며 "고위공직자를 겨냥한 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되면 2급 이상 공직자의 업무연관성 범위가 넓어지게 돼 고위공직자의 재취업은 더 어려워진다. 그러나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공직자윤리법이 개정돼 취업제한 대상기업이 크게 늘어난다 해도 고위공직자의 재취업 제한률이 여전히 높아 관피아 관행을 없애는 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밝힌 지난 2월 이후 공직자 취업제한률은 약 1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