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3나노 미세공정을 상용화한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해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지 못하고 있다.
다만 2나노 공정에서 퀄컴과 같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다면 2025년에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운드리를 포함한 전체 반도체 사업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영업손실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IT산업 전반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투자가 확대하면서, AI 관련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낸드플래시인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1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나, 파운드리 부진이 지속되며 DS 부문은 3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며 비메모리(파운드리 포함)에서만 약 8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동력이라 불리던 파운드리가 반도체 흑자 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현재 세계 파운드리 업황이 나쁜 것은 아니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2023년 매출이 감소하며 14년 만에 역성장했지만, 최근 3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2024년 실적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TSMC는 애플, 엔비디아 등 고객사의 3나노 미세공정 생산 주문 확대에 힘입어 올해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3나노 공정을 도입했음에도 국내외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정별 매출 비중을 따로 공개하진 않지만, 3나노 매출 비중은 10% 미만으로 추정된다. 3나노 공정을 상용화한지 2년이 넘었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받지 못한 것은 수율(정상 제품 비율)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다.
▲ 삼성전자가 2025년 퀄컴을 2나노 고객사로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게이트올어라운드(GAA)라는 새로운 기술을 최초로 도입했던 만큼, 성능 측면에서는 TSMC에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기존 공정을 유지했던 TSMC와 비교해 안정성 측면에서는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최우선인 만큼, 삼성전자보다는 TSMC를 선택한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게다가 TSMC는 고객사들과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3나노 공정 고객사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수율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삼성전자 생산 물량 외 대형 3나노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해 수요처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앞선 2나노 공정에서 고객사를 대거 확보해 입지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2나노에서 퀄컴, 구글과 협력할 가능성이 떠오르면서 2나노 공정 도입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2나노 공정에서는 TSMC도 GAA 공정을 도입하는 만큼, 삼성전자와 수율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2나노 공정의 대표적 대형 고객사 후보로 꼽히는 곳은 퀄컴이다. 퀄컴은 최근 삼성전자와 TSMC 양쪽에 2나노 칩셋 샘플을 요청하며 ‘멀티 파운드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퀄컴은 2021년 삼성전자의 4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모바일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8 1세대’를 생산하는 등 몇 년 전부터 TSMC와 삼성전자에서 모두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반도체를 수급하고, 파운드리 경쟁을 유도해 위탁생산 가격을 낮추는 위한 포석이다.
삼성전자가 내년 퀄컴을 2나노 공정 고객사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스냅드래곤'과 자체 AP인 '엑시노스'를 모두 생산함으로써 실적 개선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4나노 이하 선단 공정에서 여전히 가동률이 낮아, 2024년 수익성 회복에 난관이 많을 것”이라며 “신규 거래선 확대를 통해 의미 있게 흑자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