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 책임론 공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이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법정관리에 돌입한 회사에 대한 책임범위를 놓고 논란도 일각에서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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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금융권 창업일자리 박람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한진그룹 측이 한진해운 지원자금 1천억 원을 마련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하역과 관련된) 협상이 잘 마무리되도록 한진해운을 포함한 관계자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필요한 게 있다면 산업은행도 필요한 지원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운송비 채권이나 운송비 입금계좌를 담보로 600억 원의 긴급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애초에 미국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지원자금을 마련하려 했으나 주주 반발과 배임 논란이 제기되면서 이사회에서 결론을 보지 못했다.
한진해운은 21일 법원의 청산 결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주가가 전일보다 20.80% 급락해 장을 마감했다.
한진해운의 운명과 물류대란을 둘러싼 기류가 시시시각 변하면서 조양호 회장과 한진그룹은 갈수록 좌불안석의 상황에 있다.
금융감독원은 19일 특수은행 및 시중은행에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여신현황을 파악해 제출할 것을 통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물류대란 사태에 대한 한진그룹 책임론을 직접 거론한 뒤 금융당국이 압박수위를 높인 것으로 금융권은 파악한다.
한진그룹은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 은행권 여신만 약 8조 원이데 대한항공이 차지하는 여신만으로 4조 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약 1100%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과 조양호 회장이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일종의 경고”라고 말했다.
정부는 물류대란 해결에 한진그룹에 ‘결자해지’를 요구하는 입장을 보인다. 기업의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기업이 회생 절차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정부가 모든 걸 해결해줄 것이라는 식의 운영방식은 묵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 물류대란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경우 대한항공을 포함한 주력 계열사 경영권까지 흔들릴 가능성도 업계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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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그러나 조 회장이 물류대란 책임론의 한복판에 세워지면서 일각에서 기업경영 부실에 대한 그룹 총수 책임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전경련 등 재계는 그룹 총수의 사재 출연이나 계열사 지원 요구가 무리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에서 헛발질을 하다 물류대란 후폭풍이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대주주에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학자들 가운데는 대주주의 무한책임이 상법에 어긋난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반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경영권이 없는 소수주주는 ‘유한책임’이지만 경영권을 행사한 총수와 그룹은 ‘무한책임’”이라며 “조 회장의 사재출연이나 대한항공의 자금지원은 단순한 도의적 차원이 아닌 법률적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장에 증인출석을 요구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류대란에 따른 수출차질 등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만큼 여야를 막론하고 조 회장을 거세게 몰아붙일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 이사회가 국감 개시 전까지 600억 원 지원금을 마련하는 대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