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인식모듈을 생산하는 크루셜텍이 생체인증시장 확대에 따라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크루셜텍은 영업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연구개발비를 늘려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어려움을 극복했다.
◆ 생체인증시장 확대로 크루셜텍 수혜 예상
김동하 교보증권 연구원은 20일 “앞으로 생체인증시장은 핀테크 등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크루셜텍은 스마트폰의 지문인식모듈 탑재가 늘어나면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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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건준 크루셜텍 대표. |
생체인증은 사람의 고유한 생체정보인 지문, 홍채, 정맥 등을 이용해 본인을 인증하는 것이다. 기존 인증방식인 비밀번호 등보다 망각, 도난, 분실 등의 위험이 적어 금융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생체인증은 스마트폰의 보급확대에 따라 더욱 보편화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AMI에 따르면 전세계 모바일 생체인증시장은 2014년부터 연평균 66%씩 성장해 2020년 346억 달러(약 39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애플 등 스마트폰시장의 선두업체들이 앞다퉈 모바일결제시장에 진출하면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생체인증 관련 모듈의 비중 역시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모바일결제서비스인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등에 생체인증기술을 적용해 보안을 강화했다.
김 연구원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생체인증 방식은 크게 지문인식과 홍채인식으로 나눌 수 있다”며 “2020년 전체 스마트폰 가운데 지문인식모듈을 탑재한 제품비중은 50%, 홍채인식모듈을 탑재한 제품비중은 15%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대기기입력장치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크루셜텍은 지문인식모듈시장의 선도업체로 생체인증시장 확대에 따라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크루셜텍은 지문인식모듈을 내재화한 삼성전자와 애플을 제외한 LG전자, 화웨이, 비보, 소니 등 거의 모든 스마트폰제조업체에 관련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크루셜텍의 지문인식모듈은 전세계 16개 스마트폰제조업체의 60여 개 제품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루셜텍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3800억 원, 영업이익 230억 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60% 늘어나는 것이다.
◆ 영업적자 상황에서도 기술투자 확대
크루셜텍은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주력인 옵티컬트랙패드(OTP)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힘든 시절을 보냈다.
크루셜텍은 올 상반기 매출 1679억 원, 영업이익 97억 원을 올렸는데 지난해 상반기 영업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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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루셜텍이 생산하는 옵티컬트랙패드(왼쪽)과 바이오메트릭트랙패드. |
크루셜텍은 2001년 설립된 휴대기기입력장치 전문업체인데 세계 최초로 광학마우스인 옵티컬트랙패드를 개발하며 2000년대 후반 빠르게 성장했다.
옵티컬트랙패드는 광학기술을 기반으로 손가락의 움직임을 감지해 모바일에서 마우스 같은 커서 움직임을 구현하는 초소형모듈인데 크루셜텍은 옵티컬트랙패드를 개발한 뒤 강력한 특허장벽을 구축해 시장을 독점했다.
삼성전자, 샤프, 소니, HP, HTC 등 전세계 다양한 IT업체에 옵티컬트랙패드를 납품했다. 특히 2008년 하반기 큰 인기를 끌던 블랙베리에 공급을 시작하면서 2010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080억 원, 영업이익 243억 원을 올리는 등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옵티컬트랙패드 수요가 줄어들고 블랙베리 또한 급격한 경영악화를 겪으면서 크루셜텍도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크루셜텍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적자 규모는 2012년 82억 원에서 2014년 238억 원까지 커졌다.
크루셜텍은 영업적자가 늘어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개발(R&D)비용을 늘리는 등 과감한 기술투자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크루셜텍은 연결기준 매출이 2011년 2521억 원에서 2014년 734억 원까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용을 73억 원에서 138억 원까지 늘렸다. 4년 사이 2배 가까이 확대했다.
그 결과 기존 옵티컬트랙패드에 지문인식기능을 적용한 모바일 지문인식모듈 바이오메트릭트랙패드(BTP)를 개발에 성공했고 지난해 영업흑자로 돌아섰다.
크루셜텍은 현재 완벽히 체질개선에 성공해 2016년 상반기 전체 매출의 92%를 바이오메트릭트랙패드에서 올렸다. 옵티컬트랙패드 매출비중은 0.1%에 불과했다.
크루셜텍 관계자는 “옵티컬트랙패드 사업의 번창으로 최대 매출을 기록하던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신사업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투자를 지속해 온 결과 바이오메트릭트랙패드를 개발할 수 있었다”며 “크루셜텍은 올해를 기점으로 바이오메트릭트랙패드를 통해 제2의 성장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셜텍은 충청남도 아산과 경기도 성남 두 곳에서 천안연구소와 중앙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전체 임직원의 25% 정도인 400여 명을 개발기술직으로 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