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에 이재용체제가 명실상부하게 열리면서 삼성중공업이 어떤 운명을 선택할지 주목된다.
삼성중공업은 수주절벽 상황에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독자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은 여전히 삼성중공업에 대한 운전자금 공급을 주저하고 있다. 그만큼 조선업계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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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왼쪽),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
삼성중공업은 1조1천억 원대의 유상증자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참여가 가시화하지 않아 시장의 불안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일 조선업계와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올라 삼성그룹 총수로서 역할을 하게 되면서 삼성중공업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재편될지 조선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계속 추진해 왔다. 지난해 화학계열사인 삼성SDI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을 롯데그룹에 매각했고 방산계열사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도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이재용체제가 공식화하면서 삼성그룹 차원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는 계열사의 구조개편 작업이 더욱 속도있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력사업에 역량을 모으는 데 주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조선3사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를 단 한 건도 못하는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매달 형식적인 수준이나마 수주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낸 탓에 리스크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 저가수주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이 수주절벽의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삼성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수주잔량을 놓고 볼 때 앞으로 경영상황이 녹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선박을 제외한 해양생산설비와 시추설비 등 해양플랜트 부문의 수주잔량 비율이 전체의 68%에 이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모두 1조50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대부분이 해양플랜트부문에서 발생했던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추가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이런 삼성중공업의 상황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큰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중공업이 추진하고 있는 유상증자를 놓고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삼성엔지니어링이 1조 원대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때 실권주가 발생하면 최대 3천억 원 규모로 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던 것과 대비된다.
당시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여져 유상증자가 성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삼성중공업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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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경제개혁연대가 “이재용 부회장이 지금이라도 지배주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삼성중공업의 실권주 처리 원칙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2014년 합병을 추진했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됐다.
하지만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시행되면서 두 회사의 합병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샷법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도 합병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기만 놓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대영 사장은 지난달 삼성 사장단회의에 참석한 뒤 “당장은 재합병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삼성엔지니어링의 기술이 삼성중공업에 필요하긴 해 원샷법의 대상이 되는지, 재합병을 요청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중흠 사장도 지난해 “시장이 허락하는 상황이 오면 합병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