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극심한 가뭄에 강바닥이 드러난 아마존강.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아마존강을 메마르게 만들고 남미 국가들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힌 아마존 가뭄의 원인이 기후변화로 파악됐다.
이에 향후 아마존 우림 일대에서 비슷한 가뭄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 장기적으로 세계적 식량 위기가 촉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 식량 수입을 크게 의존하는 한국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4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세계기상기여조직(WWA) 분석 결과 지난해 아마존 우림에서 발생한 대규모 가뭄의 원인이 기후변화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세계기상기여조직 연구진은 같은 시기 아마존뿐만 아니라 스페인과 아프리카 등 세계 다른 지역들도 동시에 이례적 가뭄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레지나 로드리게스 브라질 산타카타리나대학 해양기후학 교수는 가디언을 통해 “아마존의 존속에 기후변화를 향한 투쟁의 승패가 걸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 수호에 성공하면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이산화탄소 저장고로 계속 제 역할을 다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풀려나 기후변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전반적으로 봤을 때 기후변화가 극심한 가뭄 가능성을 30배 이상 끌어올린 것으로 봤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아마존 가뭄의 주 원인으로 본 엘니뇨는 오히려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극심한 기온상승에 아마존 우림 일대 생태계 균형이 망가진 것이 장기적으로 피해를 더 늘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 우림에선 주기적으로 산불과 가뭄 등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생태계 균형이 무너진 영향으로 자연적 복원이 더 오래 걸리게 돼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봤다.
영국 비영리싱크탱크 ECIU(Energy and Climate Intelligence Unit)의 가레드 레드몬드 킹 글로벌 리더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아마존 우림은 지구환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인류의 생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당장 영국만 봐도 식량의 절반을 페루, 콜롬비아, 브라질 등 아마존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한국 역시 남미 국가에 식량 의존도가 높은 만큼 아마존 우림 파괴 영향으로 식량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옥수수, 콩과 관련된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2023년 양정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22년 식량자급률은 49.3%였다.
높은 자급률을 자랑하는 쌀 외에 나머지 주요 곡물들은 대체로 낮은 축에 들었다. 2022년 양곡연도 기준 자급률이 밀은 0.7%, 옥수수는 0.8%, 콩은 7.3%였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제출된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상반기 브라질에서 콩 전체 수입량의 43.5%에 해당하는 35만 톤을 수입했다.
옥수수도 같은 남미 국가 아르헨티나에서 35.9%, 239만 톤을 수입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브라질 수입 비중이 16.7%인 것을 감안하면 남미 지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 비중은 전체의 52.6%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 국가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악화를 겪으면 한국도 식량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 브라질산 옥수수 품종 이미지. < Flickr > |
지난해 10월 유엔식량계획(UNEP)에서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적 식량위기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유엔식량계획은 현재 이상기후 영향으로 굶주림을 겪는 세계 인구가 7억8900만 명이 넘는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오르게 되면 추가로 1억8900만 명이 기아 상태에 빠지고 4도 오르면 약 18억 명이 기아를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손영호 기자